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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Oct 27. 2023

해결해야 할 몇 가지 과제들

여행의 진화

2023년 10월 26일 (목)

8일을 지나 9일차로 접어든다. 반복되는 숙소이동과 소모되는 비용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야 할까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까 어떤 기준으로 움직여야 할까. 그리고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이런 문제는 단기 여행에서는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여행이 일상이 되면 루틴이 필요하다. 지금 그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문제이기는 하지만 나름의 결정과 계획이 필요하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며 가치관과 꿈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이다. 겉치레의 인사라면 몇 마디 정도의 간단한 영어로 해결이 되겠지만 그 이상의 깊은 대화를 나누려면 언어장벽을 넘어야 한다. 번역기를 잘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눈을 보며 가슴으로 대화하려면 역시 어느 정도의 언어능력이 필수이다. 그래서 저녁마다 조금씩 영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돌려 예상되는 질문들을 작성하고 번역해서 머리 속에 넣는 것이다. 사실 대화를 해보니 다들 간단한 단어만 사용한다. 다만 그 조합이 잘 되면 무리없이 소통한다. 나의 경우  아직 머리와 입이 따로 놀아서 버퍼링이 생긴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는 하다. 영어로 무조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적극성이 중요하다.

유튜버 트맨은 어디에서 얼마를 머무를 지의 결정에서 비용이 최우선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스토니아에서 러시아로 넘어가 6개월을 지냈다고 했다. 물가가 너무 싸서 가능했다고.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꺼려하는 분위기인데 괜찮냐고 물었더니 접경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은 평온하다고 한다. 단 서방이 러시아의 자금을 완전 봉쇄했기 때문에 카드사용, 현금인출은 다 불가능하다고 한다. 달러나 유로를 들고 들어가야 한다고. 나의 경우에는 비용이 최우선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중심으로 계획을 잡는다. 그래서 가급적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을 간다. 글쓰기는 저녁, 또는 새벽시간을 활용한다.

나도 이제 장을 봐서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어색함과 망설임을 뒤로하고 쌀과 당근, 양파 등등을 구입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요리를 했다. 계란은 완전식품이라서 영양공급을 위해 꼭 필요한 재료이다. 값도 저렴하다.  어제 리가의 재래식 시장을 방문했다.  닭고기와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등을 비교적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아직 하드한 요리는 이른 것 같아서 가격만 봐뒀다.

베트남 안남미로 밥을 했다. 그리고 양파와 당근, 계란을 넣고 밥을 볶았다. 물을 끓여 계란 하나를 풀고 소금을 넣어 계란국을 끓였다.  아쉬운 양념들이 막 떠오른다. 멸치 액젓, 고춧가루, 소고기 다시다. 제일
아쉬운 것 고추가루다. 미처 생각을 못했다. 한 1 킬로그램만 가져왔어도 요리의 종류가 확 달라지는데 ㅎㅎ 왜 생각을 못했을까?  구할 방법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바다를 보고 싶어 가장 가까운 해안을 검색했다. 40분 거리에 있다.  버스를 검색해서 타고 가서 바다를 보았다. 발트해이다. 눈이 온다.  평선 끝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있다.  유럽대륙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나름 겨울을 대비했지만 체감이 다르다. 무조건 바람을 막아야 한다.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는 옷이 필요하다. 따뜻한 내복도 필요하다. 내복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입지 않았기 때문에.  현지매장에서 구입할 에정이다.

발가락 사이로 물집이 잡히기 시작한다. 저녁에 들어와 보니 상당히 크다. 별로 개의치 않는다. 준비해간 작은 가위로 터트려 물집을 짜냈다. 조만간 굳은 살로 바뀔 것이다.

주방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치던 건장한 남자 여행자와 드디어 마주 앉아 대화를 했다. 한 명의 인도네시야 여성이 가세했다.  남자의 직업은 건축가.  자기 핸드폰에서 자기가 설계한 집들을 보여준다. 능력자였다. 불가리아와 튀르키에에 상당히 많은 집을 지었다. 라트비아에도 집을 짓고 싶다고 했다. 거기에 필요한 아이디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왔다. 인도네시아 여성은 휴가를 내 2 주간 유렵 여행 중이었다. 모처럼 만에 즐겁게 서로의 이야기를 했다. 한 60프로 알아들었다. 본격적으로 번역기를 활용했다. 특히 튀르키에 건축가와는 구글 번역기로 대화했다. 성능이 좋다. 네비게이션도 구글네비가 좋다. 대단한 기업이다. 어쨌든 서로 인스타계정을 공유했다. 인스타!  이놈한테 불만이 많다  너무 복잡해서.  미디어의 진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대화 중에 나이 이야기도 나왔는데 대충 생략한다.  다만 나보고 30대 중반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맙다고 했다. 나도 지금 내 나이의 벽을 깨고 있는 중이다. 솔트맨도 이야기 한다.   60대 70대 분들도 정말 배낭여행 많이 다닌다고.

좌우간 또 한단계 앞으로 나간 느낌이다.

눈이 내린다. 기온은 0도.  10월의 눈이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심지어 반팔을 입은 20대도 봤다. 허세 작열!!
시차적응을 끝냈다.

"겨울이 오고 있다"


트해를 배경으로


리가의 아침 720분경 많이 어둡다


8인 숙소. 혼자 독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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