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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Oct 29. 2023

한 순간의 방심, 그리고 소프트 파워

한기를 물리치다

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오전 5시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 11킬로미터를 더 갔다.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한참을 지나쳤다.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가 언제 오는지 시간을 알 수 없다. 그리고 맞은 편에는 정류장도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마다 한 대씩 오는데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구글맵을 켜고 목적지를 입력한다. 11킬로 두 시간 정도의 거리이다. 시골 길을 걷는다. 시골의 한 적한 길을 갈 때는 구글맵이 나름 정확하다. 제대로 방향을 알려준다.

 라트비아의 시골마을과 집들 그리고 광대한 벌판의 초록빛에 잠시 취했다. 춥다. 살짝 눈이 내린다. 부지런히 걷는다.  마침내 원래 내려야 할 곳에 도착했다. 시굴다라는 지역의 성주가 살았던 성. 그런데 도착한 곳에서 4킬로를 더 걸어가야 성이 나온다. 도착하면 5시 20분. 성은 다섯 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야 한다. 다음 기회에 와서 봐야 한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역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와 다시 리가로 가는 버스를 탔다. 많이 어두워졌다. 살짝 잠이 들었다. 깨고보니 리가 시내이다. 도착 안내 방송이 나온다.  오후 내내 걷다가 보낸 셈이다. 파곤했다. 버스를 내렸다. 순간
차가운 한기가 몸으로 스며들어 온다. 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안다. 잘못하면 감기에 걸린다. 순간 뛰기 시작했다. 몸에 열을 내야만 했다. 그리고 빠르게 이틀 전에 봐둔 리가 유일의 한식당 “설악산”을 위치검색했다  지금이 그 곳에 가야 할 때이다.  삼각구도를 잡아야 한다. 내 위치와 찾아갈 식당, 그리고 리가 버스 정류장 그래야 동서남북 위치를 잡고 가야할 방향을 알 수 있다.

구글맵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다 보니  알게 되었는데 얘가 방향을 반대로 알려줄 때가 있다. 실시간으로 GPS를 잡는 게 아니라 텀을 주고 주기적으로 잡기 때문에 반대방향으로 가는 수도 있다. 출발지와 목적지 만으로는 방향을 잡기 힘들  때가 있다. 굉장히 많이 헤매게 된다. 그래서 세 군데의 표적이 필요하다. 첫날 와서 숙소 찾을 때 엄청 고생했다. 알고 보니 아주 가까운 길을 엄청 돌아서 갔다. 골목길은 회전이 많아 화살표가 반대방향을 가리킬 때가 많다. 조심해야 한다.

삼각포인트로 큰 방향을 잡고 그 방향으로 가다보면 남은 거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가게를 찾아 들어가니 제법 사람이 많다. 직원이 다가와 예약 여부를 묻는다.  아니라고 답하자 빈 자리로 안내한다 마지막 자리였다 운이 좋았다. 그 뒤에 들어온 손님은 전부 다른 식당으로 갔다.

주방과 카운터를 살폈다. 혹시나 한국사람이 있을까 해서. 보이지 않는다. 리뷰에도 그런 말은 없다. 궁금해진다.  김치찌개와 만두샐러드, 그리고 소주와 물을 시켰다. 옆테이블을 보니 불고기, 삼겹살 등
을 즐기고 있었다.  소주가 먼저 도착했다. 참이슬이다. 한 잔 들이켰다. 차가운 몸 속으로 뜨거운 알콜 기운이 들어와 온몸을 휘감는다.  김치찌개와 밥이 나왔다. 국물맛을 보았다. 서울의 맛집 정도는 아니지만  평균이상이다. 유럽에서 이 정도면 합격. 밥을 먹었다. 한국 쌀밥 그대로이다. 안남미와는 다르다. 궁금해서 번역기를 켜서 물어 보았다. 주방장이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한국사람이라고  했다.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손님이 많아 그럴 수 가 없었다. 다음에 조용할 때 다시 와서 얼굴을 보려한다. 식재료를 어떻게 구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구할 수만 있다면 구입하고 싶었다.

장사가 잘 된다. 최근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도 많이 올라 간 것 같았다.
현지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요리에 대한 감각이 조금만 있으면 무모한 도전은 아닐 듯 했다. 물론 재료를 구하는 루트를 잘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레시피는 워낙 유튜브에 많이 공개되어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나도 유튜브를 보고 찌개와 국을 자주 요리했다. 먹을 만 했다. 최고의 프로들이 공개하는 레시피대로 잘 따라하면 평균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다.

한기가 가셨다. 감기에 걸릴 것 같지는 않다. 계산서를 받아 보았다. 30유로이다. 참이슬이 8유로다. 바다 건너와서

물 한 병이 3,5유로 앞으로 물은 절대. 시키지 않는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팁은 없다. 한국식당이라서 그런 지는 알 수 없다. 내가 가 본 몇몇 식당은 계산서를 주고 계산할 때 추가로 5-10 %의 팁을 제외하고 잔돈을 주었다. 여기는 그렇지는 않다.
만두는 냉동이었다. 비비고 쯤 되지 않을까?  만두를 직접 빚어 만두국 메뉴를 추가하면 대박일텐데.
사골육수를 우려서 색깔별로 고명 올리고 한 10 유로 받으면 되지 않을까/ 추운 지방이라 따뜻한 국물요리가 겨울에는 인기가 많을 텐데. 여름에는 냉면팔고.

여행하면서 곳곳에 존재하는 스시집을 보았다. 오래 전부터 유럽에는 일본의 문화가 많이 들어와 있었다.
허리우드 영화에도 일본의 스모, 스시 같은 문화가 많이 등장했다. 일본의 소프트 파워이다. 이제 서서히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힘을 키우고  있다.  손님이 가득찬 한식당을 보면서 국경을 넘어 하나의 문화 공동 체를 만들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다른 말로 기회가 열리고 있다.

숙소로 돌아왔다. 세탁비용을 물어보니 빨래와 건조까지 10유로. 무거운 옷들은 세탁기를 이용해야 할 것 같고 얇은 속옷과 양말은 매일 손으로 세탁해 다음날 아침까지 말린다. 실내에 있는 라지에타위에 올려 놓으면 밤새 잘 마른다. 가습의 효과도 있다. 먹고 남은 소주 반 병을 들고 왔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스스륵 잠이 몰려 왔다. 오늘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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