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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Oct 30. 2023

나는 지금 잠시 멈추어 간다

마트장보기.숙소예약하기

2023년 10월 28일(일) 오전 5시

어제의 감기 기운을 떨쳐내고 작은 결정을 내렸다. 겨울 준비를 하며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계속 숙소를 옮겨 다니며 힘들어 했는데,  무리해서 계속 이동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유럽의 겨울이 빨리 시작된다. 그리고 바람이 차다. 우선 몸을 보온해야 한다. 여기 저기 알아보니 히트택이 가장 적당하다. 유럽에서도 히트택이라고 한다고 바드가 알려준다.  바드..   요놈 이야기도 해봐야겠다. 얼마나 정확한지 거짓말장이인지.  유니클로에서 히트택을 파는데  수도 리가에  유니클로가 두 군데 있다고 바드가 알려준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중 한 군데를 고생 끝에 갔다.  없다.  나쁜 놈!!!  일요일에 한 군데 더 가 볼 생각이다.

그런데 몰려오는 찬공기를 빨리 막아야 할 것 같았다. 감기 걸리면 절대 안 된다.  리가 재래식 시장의 길거리 옷가게에 걸려있는 내복을 발견했다. 14유로. 노인 내외가 하는 노점이다. 아 순간 고민했다. 깍아달라고 할까 말까. 두 분 얼굴을 보는 순간 포기했다. 정성스럽게 포장해 주셨다. 털모자도 하나 샀다. 가져간 나이키 모자가 바람이 잘 들어온다.  더 보온이 잘 되는 모자가 필요했다. 이 곳 사람들에게도 모자는 겨울철 필수템이다.  6유로. 이건 정찰제다.  합해서 20 유로를 썼다.  이제 하나 더 남았다. 겨울 외투를 사는 일. 가져온 옷들이 방수용 고어텍스인데 전부 가을용이다.  배낭의 무게와 부피 때문에 겨울외투를 못가져 왔다. 많이 아쉽다. 몇가지 가을 옷들을 정리하고 아주 따뜻한 외투를 사야한다. 매장 몇 군데를 갔는데 너무 비싸다. 250에서 300 유로.  구글맵에서 중고 의류매장을 스치듯 본 것같다. 중고로 구입해야겠다.  일요일에는 유니클로 매장이 진짜 있는지 바드의 능력을 검증해 볼 생각이다. 각오해라 바드!!!

숙소로 들어와 호스트와 딜을 했다. 솔트맨이 알려준 방법이다. 배낭여행객들은 다 아는 방법이다. 먼저 하루를 예약한다. 그리고 지내보고 괜찮으면 일주일, 열흘, 한 달을 연장계약한다. 직거래를 통해 예약사이트의 수수료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현금으로 지불하겠다고 말하면 거의 성공한다. 단 성수기에는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예약사이트 수수료 정도의 할인은 가능할 것이다.  8일에 150 유로짜리를 110 유로에 예약했다. 이 겨울에 주인이 마다할 리가 없다. 러시아에 가서 한 달 계약하면 무조건 반값이다.  솔트맨의 전언이다

 하루 13.7유로 우리 돈으로 2만원 정도 된다.  앞으로 나는 하루 12 유로까지 떨어뜨릴 생각이다. 한 달 숙박비로 50에서 60만원 정도 지출할 예정이다.

마트에 가서 장을 잔뜩 봐왔다. 8 일 정도 지내면서 밥을 해 먹을 생각이다. 스파게티 면, 식빵, 쌀, 계란 등등 이것 저것 사왔다. 고기를 먹어야 에너지를 많이 쓸 수 있는데 국내에서 요리하던대로의 소스가 없어서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해야할지 고민이다. 그래서 아직 고기구입을 미루고 있다. 삼겹살은 보이지 않는다. 목살 정도라도 있으면 좋은데..     더 알아봐야 겠다.  마트에서 보니 식품용어들이 너무 생소하다.  Piens 이건 우유다. 겉모양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같은 포장용기에 요거트도 있다. Piens라고 써 있는 게 우유다. 버터는 스비에스트스 sviests 다. 요것도 검색해서 용어 확인하고 구입했다. 케챱도 하나 샀다.

구할 수 있는 재료와 양념들을 종합해서 요리의 종류를 결정해야 한다. 잘 먹지 않으면 몸이 축나고 그렇게 되면 여행을 이어갈 수 없다.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8일 동안의 정착은 베이스캠프 정도 되겠다. 요리법을 익히고 재료를 확인하고 그리고 기회가 되면 현지인과의 만남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물처럼 스며드는 시간, 긴 안목으로 나의 여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나는 지금 잠시 멈추어 간다.


조명받은 건물들이 무척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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