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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Oct 31. 2023

고독의 시간들

나에게 글쓰기란

2023년 10월 30일 (월)  오전 4시 27분

가 내린다. 늦가을 초겨울 길목 이곳 리가에는 흐린 날이 많다. 기온은  영상 2도 창밖에서 조용하게 빗소리가 스며든다.  고독의 시간이다. 하루 중 가장 적막한 이 시간. 나는 이 시간이 제일 좋다. 나와 마주 앉아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진짜 나의 목소리를 듣고 글로 옮기는 이 순간이 가장 평온하고 충만하다. 고독의 이면에 존재하는 신비한 기쁨이다.

삶이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서로 상반된 것들이 언제나 함께 공존한다. 미움과 사랑이

공존한다. 그래서 애증이다. 고통이 기쁨과 공존한다. 고통없는 기쁨은 기쁨이 아니다. 한 없이 쾌락에 취해보라. 더 강한 자극만을 원할 뿐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참 기쁨은 결코 가질 수 없다. 기쁨은 고통과 함께 할 때 빛난다. 고독은 처절한 외로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선사한다.  이러한 삶의 모순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다. 니체는 이를 운명애(아모르 파티)라고 불렀다. 아무리 행해도, 큰 어려움이 다가와도 이겨내고 긍정하라는 것이 니체의 주장이다. 삶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니체는 이러한 생각을 알프스 어느 호숫가에서 한 순간 떠오르는 영감을 통해 직관했다. 호수의 파도가 끊임없이 바위에 부딪치는 것을 보며 삶도 저와 같이 영원히 반복하면서 이어간다고 생각했다. 영원회귀이다. 그는 영원회귀 속에서 허무를 본 것이 아니라 삶이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시련을 신과 같은 절대자에

게 의지하지 말고 고독한 결단으로  이겨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게 바로 초인이다.

세상에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 낙타처럼 사는 사람, 사자처럼 사는 사람, 어린애처럼 사는 사람
낙타처럼 사는 사람은 힘든 삶의 무게를 겨우 감당하면서 수동적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을 뜻한다. 니체식으로 표현하면 도덕과 억압과 사회가 강요한 부당한 노예도덕에 지배당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사자는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억압과 부당한 간섭에 맞서 싸우면서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용감한 사람이다. 어린애같은 사람은 진정 자유롭게 창조적 삶을 사는 사람이다. 관습과 억압, 도덕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예술적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제 겨우 낙타의 삶을 벗어나 사자가 될 지 말지 고민하는 정도?  어린 아이의 삶을 꿈꾼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

여행기 이외에 새로운 글을 구상하고 있다. 구체화될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글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자기해방의 과정이자 치유의 과정이다. 담아두고 표현못했던 나를 반복적으로 드러내면서 나의 자아를 확인하고 이해한다. 이러한 과정이 일상생활에서는 왜 잘 이루어지지 않는가? 꼭 여행을 통해서만 가능한가?  이를 이해하려면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알아야 한다. 일상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단순한 패턴을 반복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반복적인 형태를 띤다. 긴장이 사라지고 뇌는 기억할 만한 새로운 것이 없기에 활동이 둔화된다. 직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특히 단순한 일들은 더욱 그러하다.

아무 감동도 없고 자극도 없는 일상의 반복은 뇌를 자극하지 못한다. 뇌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환경의 변화, 공간의 이동이 뇌를 자극하게 된다. 모든 것이 낯설고 긴장하지 않으면 혼란과 혼돈에 휩싸이는 환경. 여행이 딱 그 경우에 해당된다. 우리의 뇌는 변화를 원한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진짜 내가 드러난다. 긴장감이 생기고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강한 자극으로 기억에 새겨진다. 그게 여행의 매력이다.

숨어 있는 내가 드러나고 확인이 되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새로운 배움과 경험이 다가온다.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 멈춰버린 성장이 일어난다.  지난 5년 전부터 성장이 멈춰버린 나 자신을 보면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고, 조금 더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던히 애를 썼다. 나의 영혼은 죽어가고 있었고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이제 새로운 길의 초입에 서 있다. 참으로 어둡고 힘든 시간이었다. 치유와 해방의 과정은 계속된다.

나의 글쓰기는 여행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새로운 창조, 진짜 글쓰기의 세계인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갈 것이다 내가 가장 원하는 세계다. 남은 인생의 시간을 그렇게 살기로 결심했다. 끝이 없는 세계, 완벽을 향해 한없이 다가가고 올라가야 하는 세계, 그리고 만족이 없는 세계다. 에세이가 될 지 픽션이 될 지 알 수는 없다. 그것도 얻어야 할 하나의 과제이다. 이 숙제를 다 마치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 지 결정되는 순간 나는 나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모든 문을 닫고 다른 한쪽 문을 열기 위해 떠나온 여행이다. 새로운 문이 열리면 그 문을 열고 새로운 길로 당당하게 걸어갈 것이다.


새벽을 함께하는 든든한 나의 친구들


어제 저녁에 처음으로 만들어 본

토마토 스파게티. 맛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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