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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Oct 25. 2023

여행의 매력

뜻하지 않은 만남

렌트카로 잠시 들렀던 카우나스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월요일 다시 찾아 왔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왔다. 아주 저렴한 호스텔을 예약하고 구글맵으로 겨우 찾아 짐을 풀었다. 고개를 들자 옆침대 이층의 여행자가 눈에 들어왔다. 가슴에 선명한 태극마크.

"한국인이세요?"

환하게 웃으며 화답한다.

"네, 맞아요"

봉인되었던 한국말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32살 유튜버, 솔트맨.  500일 째 여행중인 의지의 청년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소한 여행정보와 추천할만한 도시와 나라.  오늘 밤 폴란드로 떠난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에 배낭을 털었다. 신라면 두 개를 기꺼이 내놓았다. 두 시간 가량 식사를 하며 서로 위로가 되어 주었다. 진짜 반가웠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한달 경비가 60 만원이라는 것이었다. 가장 저렴한 호스텔에서 잠을 자고 식재료를 직접 사서 해 먹고, 이동을 위한 교통비만 쓴다고 한다. 500일 동안 여행한 프로 여행가의 짠내나는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현재 구독자 수 만 명.    5 만 명이 되면 여행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부디 꼭 5만을 넘기를. 배낭도 달랑 5킬로 짜리 하나였다. 위탁수화물 비용을 아낄 수 있단다. 자기도 처음에는 두 개의 배낭을 지니고 다녔는데 힘들어서 한 개는 정리해서 한국으로 보냈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사온 맥주 한 캔씩 마시면서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예상치 않은 만남, 이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다.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 우리 인생도 이와 같지 않은가. 내가 훅 치고 들어가 물었다. 여행의 최고는 역시 로맨스인데 그런 건 없었어요?  터키에서 6 개월 머물면서 있었다고  터키 여성분들이 한국사람 너무 좋아 한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채널을 구독하기를 .  영상으로 올렸다고.  여러분 채널명 솔트맨. 많이 사랑해주고 구독과 좋아요 부탁 드립니다.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다른 길을 찾기로 하고 무작정 부사관 전역하고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요즘 들어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그래서 내 클라우드에 저장된 책 중 <장길산>을 휴대폰에 담아 주었다. 12권짜리니 여행 중 넉넉하게 볼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심야버스로 폴란드로 가기 위해 함께 정류장으로 나와서 이별했다.  서로 행운을 빌었다. 구독자가 많이 늘어서 그의 여행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아쉬운 작별을 뒤로 하고 카우나스 야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중심가로 발길을 옮겼다. 비가 제법 내렸다. 한국에서 준비해 온 방수 고어텍스 쟈켓이 든든하게 비를 막아준다.

도시 전체가 중세의 건물을 잘 보존하고 있어 정말 고풍스럽다. 조명을 받은 거리는 더욱 운치있다. 거기다 비까지 내리니 더욱 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많은 풍경을 카메라와 내 마음에 담았다.  움베르트 에코의 소설을 영화화 한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그 중세의 분위기가 도시 전체에 넘쳐난다.

오늘은 많이 걸었다. 확인해 보니 23킬로를 걸었다.  숙소에 돌아와 바로 잠을 청했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한 젓가락 먹는 순간 온 몸에 확도는 생기.

생전 처음 경험했다



카메라는 실제로 느껴지는 느낌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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