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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세 Nov 03. 2023

라트비아의 늦가을 정취

한가로운 산책

2023년 11월 2일 오전 0시

일주일 만에 해가 떴다.  파란 하늘이 눈부시다.  가을의 햇살과 맑은 공기가 너무 반갑다.  새벽에 아직 해가 뜨기 전 도시의 골목을 산책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침 운동으로 해왔던 수영을 못하는 대신 이국땅의 새벽 정취를 실컷 구경하기로 한 것이다.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 속에 고색창연한 건물과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이 한데 어울려 장관을 보여준다. 카메라에  담았다. 핸드폰 카메라의 성능이 꽤 괜찮은 것 같다. 아무렇게도 막 찍어도 작품이 나온다. SLR 카메라에 못지 않은 화질을 보여준다. 갤럭시 22 울트라인데 이거 물건이다.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탄할 따름이다. 애플 카메라도 마찬가지 일 거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잘 보호되고 있다. 곳곳에서 수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곳 리가에 와서 건물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런데 낮에 찍은 사진보다 밤, 특히 새벽에 찍은 사진이 일품이다.
많이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잘 보존된 과거는 도시의 개성과 매력이 되어 무수히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들인다. 자본의 논리로 오래된 건물을  허물어 버리고 고층빌딩을 세우는 도시계획으로는 이러한 유산을 남길 수 없을 것이다.  아직 에스토니아의 탈린을 방문하기 전인데 거기는 더 멋진 곳이라 하니 무척 기대가 된다.

한 시간의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 뒤 다시 밖으로 나섰다. 리가의 가을 풍경을 마음껏 느껴 보리라 마음먹고 걸었다. 수도 가운데를 흐르는 강이 서울의 한강과 흡사하다. 다우가바 강이다. 러시아에서 발원해 벨라루스와 라트비아를 거쳐 발트해로 흘러 나간다. 수량도 풍부하여 유람선도 다닌다.  강바람을 실컷 맞으며 걷다가 다시 시내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은 운하가 있어 배도 다닌다. 추측건대 다우가바강에서 물을 끌여들여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거의 일주일 만에 보는 맑은 하늘과 햇살이다. 아주 작은 유람선도 다닌다. 산책을 하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많다. 가을을 느끼러 나온 사람들이다.  모네의 그림에서 본 것 같은 정취가 매력적이다. 한국의 가을도 멋진데 여기는 그와는 또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리가를 떠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트에서 장보는 것도 버스를 타고 원하는 곳을 가는 것도 익숙해졌다.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익숙함은 편함을 동반하고 머무르고 싶은 충동을 만든다. 그 때가 떠날 때이다. 겨울 옷을 사는 바람에 짐이 많아져서 몇가지 가을 옷들을 정리했다. 한국으로 보낼까 하는 생각에 DHL에 가서 가격을 봤더니  2.5킬로에 10만원 정도 한다. 보낼 옷의 가격보다 더 비싸다. 호스텔로 돌아와 사장님에게 기증했다. 무척 좋아한다. 아마 팔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장을 자주 보다 보니 안 보이던 것들이 자꾸 보인다. 오늘은 간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재래식 시장에서는 고춧가루를 찾았다. 멕시코쪽에서 쓰는 것 같은데 많이 매워 보였다. 고춧가루가 있으면 닭볶음탕, 소고기 무국이 가능하다. 요리의 질적 도약이 일어난다. 토요일쯤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
돈의 씀씀이가 점점 줄어든다. 요령이 생기고 있다. 적당한 시기에 비용을 공개할 생각이다.

한국의 가을은 무척 더웠다고 전해 들었다. 아직 그립지는 않다. 조만간 그런 날이 올 것이다. 그때도 잘 견뎌 볼 것이다

리가의 새벽


다우가바강과. 리가성


리가의 이국적인 가을정취. 일주일 만에

보는 맑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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