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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별이 태어난다

파괴와 창조

by 헤세

2024. 12.27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겪어보니 주어진 시간이 많다고 온전히 다 나의 시간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 시간은 절박함 속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물리적 시간의 길이가 시간의 의미를 다 드러내지 못한다. 시간은 카이로스의 시간이어야 한다. 하이데거는 이를 시간의 역사성이라고 표현했고 실존의 시간이라고도 말했다. 간절하고 절박함 속에서 맞이하는 시간이 살아 있는 시간이다. 온전한 나의 역사이다. 영원한 현재이기도 하다.

시간은 영혼의 분열이다. 우리의 영혼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분열되어 있다. 이것을 끌어 모아 지금, 현재를 사는 것이다. 과거는 후회, 미래는 걱정이라는 훼방꾼이 나의 정신을 갈라놓는다. 여기에 맞서 강렬한 의지로 지금을 사는 것이다. 영원을 사는 것은 지금을 사는 것이다. 지금 행복해야 하고, 지금 고난 속에 있다면 그 고난의 의미를 깨달아 견뎌야 한다. 그것이 희망이다. 희망은 고난의 의미를 깨달을 때 선물처럼 주어진다. 희망은 막연한 기대가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나의 강한 의지의 표상이며 다짐이다.

나의 2024년은 아주 길었다. 매일매일이 마지막이었고 살아 있었다. 그래서 후회도 없다. 남아 있는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오늘 하루를 산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그래서 시간은 공평하다. 냉정하다. 그는 저승사자다



<무제>


다시 오지 않을 너를 보낸다.
너란 존재는 얼마나 까다롭고 변덕스러운지
오지 않을 것처럼 버티다가 어느덧 와서는 금방 가버리고
다시 오지 않고 머무르지도 않는다.
언제나 추억으로 남아 온몸으로 느끼며 설렌다.
너로 인해 산산이 흩어져 고통받는다.
너를 떠날 수도 버릴 수도 지울 수도 없다.
함께 살며 오직 지금으로 만나 어제로 흘러간다.
절대 속에 머물며 기적같이 흐르고 싶다.
아 너의 신비, 내게 남은 너의 흔적, 순간을 붙잡아 영원으로 멈출 수만 있다면.
흐르면서도 멈출 수만 있다면.

당신은 야속한 얼음, 무정한 저승사자, 고독한 사형집행인.


정신은 살아 청춘으로 빛나고

지혜는 무르익어 때를 알고

가슴은 넓어 세상을 포용하고

어린아이의 미소로 살아간다.

부지런히 갈고닦아 예리함을 잃지 않고 우주를 바라보는 원대함과

생명의 근원을 파고드는 섬세함과

본질을 꿰뚫는 직관으로

세상을 품는다.

나는 안다. 내가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먼지 중의 하나임을. 그러나 내 안에 존재하는 나의 정신은 온 우주를 품을 수 있고 상상할 수 있으며 저기 저 수백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에 가닿을 수 있다.

내 안에 춤추는 별을 잉태하리라. 별과 별이 부딪혀 새별이 태어난다. 낡은 생각과 새로운 생각이 거세게 맞붙어 혼돈을 만들고 뒤섞이는 아픔과 환란의 시기를 이겨내고 마침내 새별이 태어난다.

나는 혼돈이고 불안이며 탄생이고 생명이다. 빛나는 새 별은 파괴의 결과이며 창조의 산물이다.

조국이여 새 별을 탄생시키기 위한 혼란의 잉태를 견뎌내기를. 파괴를 두려워말기를. 머물러 망설이지 말고 생살을 찢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아! 별이 태어난다.

튀르키예 보스포루스 해협의 지는 석양


A star is born

사진: NASA 제공

작사: Hesse

작곡: SUNO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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