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1.(토)
어떤 이는 주어진 일상에 만족하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친구를 만나고 고된 하루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주말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소소한 기쁨이고 여유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이런 일상에 만족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아의 확장을 시도한다. 그리고 궁극적인 질문, 살아가는 이유, 행복에 대해 물어본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인간이 가진 사유의 능력을 극도로 발휘하며 인류를 대신해서 인간이 겪는 삶의 문제를 사유한다. 삶과 죽음, 시간, 질병, 진리에 대하여.
평온한 일상을 사는 사람에게도 가을 태풍처럼 일상을 파괴하는 강력한 힘이 갑자기 다가올 때가 있다. 피할 수 없기에 운명이라 이름 붙인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 온몸을 휘감는다. 견디다 못해 그는 하늘에 질문한다. “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 주어지는가?”
그러나 그것은 거대한 음모이다.
<거대한 음모>
알 수 없다.
가난한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
아픈 이유를
모든 게 인과관계의 연속 아닌가?
그게 무슨 상관인가?
땅이 갈라져 육신을 파고드는데
거대한 비행기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데
이유를 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저 고통스러울 뿐
그게 왜 하필 나이어야 하냐고
울부짖을 뿐
잊을 만하면 이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도무지 알 수 없다.
생명을 이어감은 알 수 없는 신비
고통도 알 수 없는 신비
그것은 원죄. 구원은 사치
육신의 베임과 영혼의 흉터는 훈장
그저 받아들일 뿐
저기 보이는 누군가의 고통
꼭 내가 아닌 그들의 것이어만 하는가.
거대한 음모
너와 내가 다를 수 없다는 거대한 음모
이제는 받아들일 때도 되었다.
너무 행복하지 마라.
따지고 보면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시시각각 주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성숙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 인생의 큰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이나 공동체나 국가나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
고난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문제 앞에서 도망가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문제를 일부러 불러들일 필요는 없지만 문제와의 조우를 피할 수는 없다.
만일, 만일 한 개인이 평생 해결해야 할 단 하나의 과제를 얻게 된다면 그리하여 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면 그 사람은 그 과정에서 많은 지혜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점점 강해진다. 마침내 빛나는 별이 될 것이다.
단 하나의 과제, 하늘의 뜻.
모세는 80세에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라는 하늘의 뜻을 받았다. 싯다르타는 35세에 보리수나무 아래서 중생을 구원해야겠다는 사명을 깨닫는다. 안중근은 불과 31세의 나이에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조국을 구하기 위해 이토오 히로부미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다는 뜻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다는 말은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말과 같다.
덧없이 흘러가는 인생가운데 허무가 길을 잃은 사람에게 엄습하기도 한다. 습관처럼 움직이며 내면 깊은 곳에서 쓸쓸함을 느끼며 하루를 견뎌낸다. 마음의 계절이 겨울이다. 봄의 희망도 없다. 따라서 여름의 정열도 타오르지 않는다. 가을의 수확은 기대조차 할 수ㅈ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의 시간은 역사의 지평선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 죽어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사람은 허무를 느끼지 않는다. 시간이 슬로비디오처럼 흘러간다. 물리적 시간의 길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니 찾으라. 나의 할 일을. 기나긴 나의 남은 인생을 위하여.
의심하라. 질문하라. 삶을 사랑하라. 식어버린 마음에 다시 한번 불을 당겨 활활 타오르기를. 항상 지금을 살아 영원으로 반짝이다 흙으로 돌아가기를.
겨울의 세찬 바람은 나의 생각을 예리하게 벼리고 날을 서게 한다. 지금은 연단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