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을 대하는 방법
2025.2.1(토)
군산에 왔다. 20대 시절 출판사 영업 직원으로 일하면서 출장으로 서너 번 왔던 기억이 난다. 밤산책을 나섰다. 비가 온다. 새로운 도시의 전모를 알려면 2,3 일 걸어 다니면서 중심과 외곽을 직접 가봐야 한다. 배낭여행을 통해 배운 나만의 방법이다. 부분에서 전체로 확장되는 앎의 과정이다. 모든 일은 이루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나가야 한다. 적응해야 한다. 우리 뇌가 낯선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초반의 진입장벽을 통과하여 가랑비에 몸이 젖듯이 익숙해져 야 한다. 인내가 필요하다.
비가 오는 군산의 밤
나에게는 두 가지 큰 계획이 있다. 나는 예술가의 영감의 원천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서 정의했다. 첫째는 대자연이다. 두 번째는 사람과의 만남이다. 세 번째는 사랑이다. 그래서 자연과 가까이 살며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직접 체험해 보고픈 마음이 있다. 머지않아 실행에 옮길 것이 다.
두 번째는 사람과의 만남인데 계산에 근거하 지 않은 인간관계속에서 오는 기쁨이나 슬픔 등을 체험해 보고 싶다. 나는 이러한 경험을 여행을 통해 얻으려고 계획하고 있다.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특정 지역에 1년 이상 장기체류하는 방법과 떠도는 방법. 나는 못다 이룬 배낭여행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굳이 정리하자면 준비되고 확장된 여행이다. 첫 번째 여행이 삶의 방향을 찾으려고 떠난 여행이었다면 두 번째 여행은 일종의 취재여 행이다. 더 많은 글을 쓸 예정이다. 사전 기획 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 그냥 순리에 맡긴다. 실제여도 좋지만 그리움을 갖는 것만으로 영감은 생긴다. 언제나 꿈을 꾸어야 한다.
인간관계도 부분에서 전체로 확장된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알고 싶다. 어쩌면 사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 소박하게 일상을 살며 사람을 사귀고 일을 한다.
한국에서만 산 나는 한국사람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직간접적으로 체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유일한 삶의 정답은 아니다. 또 다른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싶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의 핵심은 삶의 구체적 모습을 포착해서 글로 형상화하는 일이다. 일상의 평범한 모습이든 극적 장면이든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게 도움이 된다. 언젠가 떠도는 나의 영혼이 한 곳에 머물러 안식하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고 모든 것은 변한다. 다만 창조의 열정과 삶의 의지만은 뜨겁게 타올랐으면 좋겠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여유와 넉넉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픈 아쉬움이 있다. 성숙함과 노련함보다는 풋풋함으로 겁 없이 타오르는 청춘 그 자체이고 싶은 열망이 있다. 이 모든 것은 미의 창조를 위한 예술가의 창조적 열망이다. 그래서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내 마음이 청춘을 살아내 보려고 한다. 물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나는 안다. 내 안에 활활 타오르는 사랑에의 갈망과 창조의 뜨거움이 있음을. 그래서 할 수 있을 때,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주저하 지 않고 뛰어들 것이다. 조심스럽게 나에게 물어본다. 사랑과 창조에의 열망, 이 두 가지 를 제외한다면 내 삶에 어떤 다른 의미가 있을까?
우리의 육신과 정신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정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정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곧 육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젊은 시절 나는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알피니 스트를 보며 그들의 삶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죽음을 무릅쓰는 그들의 행동이 무모해 보였다. “왜 산을 오르는 건가 요?”라는 사람들의 질문에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요”라고 대답하며 선문답을 하는 그들을 보며 궁금해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가진 정신과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었던 것이다. 니체의 표현을 빌자면 인간은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니까.
그것이 권력의지다. 가장 꼭대기에 도달하고픈 인간의 원초적 욕망. 이를 통해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계의 초월이 가져올 새로운 세계와 그 세계에서 일어날 새로운 영감을 기대한다. 여기서 한계란 각자가 가진 한계이다. 꿈을 꾸며 다가올 현실을 그려내고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루며 꿈과 현실이 하나 되는 기적 같은 삶을 만들어 보리라. 좌절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다
인간은 가능성이며 이루어져야 할 그 무엇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갓길에 세우고 찰칵!
나머지 두 장은 휴게소에서 안전하게 담았다
이성에 의해 기록된 세계 말고 번득이는 영감과 초월의 계시로 기록된 그 무엇을 꿈꾼다. 디오니소스의 발현으로 생성된 세계, 생의 원초적 힘이 느껴지는 세계, 나는 그 세계를 창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