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멸이다

호메오스타시스에 맞선다

by 헤세

2025. 2. 8일(토)

계속되는 강추위가 진짜 겨울을 느끼게 한다. 추워질수록 우리의 몸은 이를 지각하고 반응하기 시작한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고상한 인간의 활동 말고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 발동한다. 극한의 경지로 갈수록 인간은 동물에 가까워진다. 호메오스타 시스라고 불리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메커니즘이 신체 안에 장착되어 있다. 생명활동의 유지를 위한 방어기제이다. 모든 것들이 귀찮아지고 생존을 위한 일에 모든 에너지를 투여하기 시작한다.

물론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나기에 이런 추위가 지속되면 또 금방 적응해 낼 것이다. 흔히 한국인의 강인함을 이야기할 때 4계절의 변화무쌍한 기후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굉장히 변화에 민감하고 잘 적응한다. 어디에 갖다 놓아도 놀라운 창의력으로 환경을 극복한다. 4계절의 변화는 그런 의미에서 축복이다.

추위를 막아내기 위한 신체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나의 사유를 무디게 하고 활동력을 떨어뜨린다. 또다시 힘을 내 본다.

인간은 무리 속에서 함께 살며 무리의 삶을 따라하며 보고 배운다. 가장 쉬운 길이며 다수가 선택하는 길이다. 개성 있는 ‘나’로 살기보다 위험부담이 적은 다수의 길을 선택한다. 소설 <연금술사>에서 양치기가 문득 깨달은 진리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았던 삶은 다른 사람이 기준에서 봤을 때 좋은 삶이었다는 사실을. 남들이 보기에 좋은 삶 말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다수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나쁜 선택이거나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행복한 삶이란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며 사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있느냐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것은 선택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만족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드높은 꿈과 이상을 향해 도전할 것인가.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기 위해서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알아야 한다. 적성, 재능, 흥미의 문제가 부각된다. 내가 나를 아는 일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그렇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나를 돌아보기보다는 세상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기 때문이다. 개성을 찾기보다 안정을 추구하고 편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편함’이란 반드시 육신의 편안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관의 혁신, 세계관의 성찰과 부정은 육신의 피곤함 못지않게 불안과 고통을 동반한다. 인간의 정신이란 자기부정을 통해 새로운 단계, 성숙에 이른다. 자기부정 없이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없다. 자기부정이 없는 삶이 안락함에 머물러 불안과 고통을 회피하는 삶이다. 쉬운 길이다.

사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부정은 평생에 걸쳐 지속되어야 하는 도전이지만 청년의 시기에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집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현실에 묶이기 시작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넓은 세상을 보는 것,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 도전을 통해 실패와 좌절을 경험해 보는 것. 자신을 알아내는 방법들이다. 좋은 책을 많이 읽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이다.

나도 이 모색의 과정을 인생의 후반기에 겪고 있다. 제2의 성장, 두 번째 자아 찾기에 나서고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삶을 지배해 왔던 관성의 법칙을 거슬러 고통스러운 자기부정을 시도한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 있는 결단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의 길을 개척해 마침내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찾아낸다. 스스로 영혼의 GPS를 장착하고 직관과 성찰로 무장하여 고독한 항해를 시작한다. 인생의 대해를 건너기 위해 바람과 파도와 맞서 싸우며 항해를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첫 번째 터득한 지혜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인생의 목적, 본질이 아니라 항해자체가 인생이며 항해 중에 겪는 모든 일이 인생의 정수라는 것이다. 목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과정을 만들어 낸다. 참고 견디고 매일 자신을 훈련시키는 과정은 목표 없이는 생길 수 없다. 목표가 없으면 변화 없는 삶이 반복된다. 이것을 깨달은 순간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 목표는 두 가지 갈래로 주어진다 하나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 주어진다 그래서 나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운명적 삶이 나에게 임하면 소극적으로 대응하든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든 그것은 각자의 주어진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다른 하나는 내가 만들어내는 도전이다 스스로 목표를 만들고 고난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나는 이 러한 도전은 능력이기보다는 삶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자기 삶이 비루하다고 느낀다면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내가 두 번째 자아 찾기에서 얻어낸 가장 큰 수확이다. 나는 오랫동안 내 삶이 비루하고 권태롭다고 느꼈었다.
두 번째는 모든 날이 똑같지 않다는 통찰. 바람하나 없이 잔잔한 날도 있지만 격랑이 몰아치는 날도 있다. 일정한 규칙 없이 카오스적으로 다가오는 날씨와 맞서 싸우는 것이 항해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그러니 가끔 찾아오는 기적같이 맑은 날, 바람 없는 고요의 날도 기뻐하며 즐길 것이며 몰아치는 태풍도 굳쎈 마음으로 용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어쩌다 잠시 들르는 항구의 안락함, 편안함에 취해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머무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 또한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다. 자유는 무한한 책임을 동반하고 선택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권태는 안락의 산물이며 진정한 감동과 눈물은 고난과 노력의 결과이다. 항해, 고독한 항해, 우주를 가로지르는 보이저의 항해는 인생의 은유이다.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고독한 항해를 이어가다 한 줌 우주의 먼지로 사라지는 것이 항해의 결말이다.

슬퍼하지 마라.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원소의 결정체로 생성되어 또 다른 존재의 원소가 된다. 영원회귀이다. 나는 불멸이다.

죽는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쉬운 일이다. 정말 어려운 것은 사는 일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잘 살 것인지 궁리해야 한다.

가슴에 꿈을 가진 사람은 설렘과 기대가 있다. 무엇인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은 사람을 흥분시킨다. 신나는 일이다. 인생은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꿈을 꾸는 사람은 창조하는 사람이다. 기대와 설렘은 창조적 삶의 선물이다.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예감은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것이 희망이다 내 삶에 기대와 설렘이 넘쳐나기를 원한다. 나는 꿈을 꾼다. 나는 불멸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살라"

- 제임스 딘-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의 근원적 힘, 디오니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