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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중국은 G1이 될 수 있을까?

중국을 바라보는 몇 가지 시선

by 헤세

경주에서 열린 APEC에서 한국과 중국의 두 정상이 한중관계의 전면회복을 선언하고 ‘전략적 동반자' 임을 전 세계에 천명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이른바 다면외교가 펼쳐지고 있다. 바로 직전 트럼프를 만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잠수함이 필요하다며 원료공급을 요청했는데 연이어 중국을 만나 전략적 동반자가 되기로 했다. 이게 외교다.

매우 당연할 일이고 그래야만 한다. 한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하늘이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커지는 반중정서


그럼에도 국내의 민심은 약간의 온도차가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점차 커지는 ‘반중정서’이다.

핫플레이스 성수동에서 중국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한 카페의 사장이 결국 관계기간의 설득으로 입장을 철회했다. 사장은 중국인이 시끄럽기도 하고 다른 손님들이 싫어한다면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 했다. 중국인이 들어오면 매장 내 손님들의 반응이 달라지며 수군댄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이 굉장히 다양한데 일단 당사자인 중국인들은 SNS로 이 사실을 전파하며 21세에 한국의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인종차별을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국인들의 입장은 꽤 복합적인데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며 사장을 옹호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심했다며 사장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결정 자체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성수동이 외국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지 얼마 되지 않았고 지역상권 부흥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여론이 외국인사이에서 부각되면 당연히 상권에 미칠 영향이 크다.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SNS의 여론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은 꽤 다면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일단 국내에 혐중이든 반중이든 중국을 싫어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고차원함수


첫째, 카페 사장의 결정이 국내 극우세력의 혐중정서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혐중정서를 키우는 불쏘시개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반중정서를 통해 신냉전의 구도를 명확히 하려는 극우세력의 전략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백악관의 네오콘들도 신냉전구도를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국제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거기에 동참하는 건 과거의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둘째,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생각할 때 혐중정서는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권적 차원 너머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도 이 정서가 확산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주 주도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원래 외교가 그렇다.


셋째, 그럼에도 한국인들의 심리 속에 들어 있는 중국에 대한 정확한 태도나 입장을 파악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짱께, 중국산 등의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 중국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단어들을 많이 써왔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미국과 맞설 정도로 경제적 역량을 키우고 있고 인공지능이나 로봇 등 첨단 과학기술에서 거의 대등한 수준에 올라 향후 국제관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과거의 싸구려를 팔던 중국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국사람들 마음에 존재하는 중국에 대한 인식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역사적으로 중국은 중화주의로 동아시아를 지배해왔다.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사고방식을 버린 적이 없다. 20세기 들어와 잠시 움츠려들기는 했지만. 경제발전과 더불어 다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즉 패권적 속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과연 중국은 G1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이 선진국으로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이유가 단지 군사적 파워나 경제적 힘만은 아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따르고 본받을 만한 소프트파워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미국이 그 힘을 서서히 잃어가며 거기서 생기는 힘의 공백을 중국이 차지하려 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중국은 G1으로서의 역량을 지니고 있는가? 21세기를 주도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고 있는가?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이다. 공산당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했다. 이 시장의 불투명성 즉 중국의 공산당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경제정책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가 아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세계를 이끌 G1이 되기 힘들다. 그렇다면 소프트파워는 어떤가? 모범이 되고 따라 배울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중화주의의 반복재현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그러한 역사적 전통을 소유하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이 한국인의 심리적 정서 속에 중국을 견제하는 기제가 기본으로 깔리게 만드는 핵심요소이다. 바야흐로 절대강자가 없어지고 중소 강자들이 다투는 군웅할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우리의 국익을 놓칠 수는 없어서 혐중의 정서를 방치할 수는 없지만 한국인의 심리기저에 있는 중화주의에 대한 반발도 부정할 수 없다. 경이원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존중하지만 마음의 거리를 두고 경계하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중국을 대하는 여론의 변화와 역동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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