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꾼다
과학에서 쓰이는 용어이다. 임계질량이라고 부른다. 물질 자체의 고유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질량. 이 질량을 넘어 설 때 성질의 변화가 일어난다. 양이 질로 바뀌는 것이다. 원자번호는 핵 안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숫자로 결정된다. 1번은 수소 양성자 1개 2번은 헬륨. 양성자 2개. 양성자의 숫자가 원소의 특징을 규정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에너지와 질량은 등가이다. 물체에 에너지를 가해 움직이게 만들면 점점 빨라진다. 계속 에너지를 가할수록 물체의 속도는 비례해서 빨라진다. 궁극의 속도 광속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속도는 빨라지지 않는다. 우주에서 빛의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투입된 에너지는 어디로 갔는가? 그때부터 물체의 무게가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질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를 반대로 적용하면 질량의 붕괴를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게 바로 원자폭탄을 만드는 공식. 그 유명한 E=MC2이다
철학에서는 양질전화라고 표현한다. 양이 질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양의 투자에 비례에 점진적 변화추세를 보이지는 않는다. 응축되었다가 어느 순간 바뀐다. 바뀔 때까지 양의 투입은 계속되어야 한다.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하는 단계가 지속된다. 이것이 임계질량의 상태이다. 그러다가 한계를 초월하면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세상의 법칙이 과학의 법칙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력이 결실을 맺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임계질량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인내를 가지고 계속 해야 하지만 여러 처지나 상황 때문에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언제까지 얼마나 더 노력해야하는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 판단은 오로지 개인의 몫이다. 살면서 쌓아놓은 개인의 지혜로 판단해야 한다. 프로네시스, 실천적 지혜가 필요하다.
워낙 음악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목표를 가지고 음악을 듣지는 않았다. 2년 전 유럽여행 중 작은 꿈을 만들었다. 거리공연을 하고 싶었다. 내가 가진 능력을 알기에 소박한 꿈을 꾸었다. 한 열 명 앞에서라도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요 50곡 팝 50곡을 차례대로 선정했다. 여행 내내 하루 종일 그 노래들을 듣고 듣고 또 들었다. 멜로디가 내 안에 녹아 들어오도록.
귀국하자마자 보컬트레이너를 찾아 레슨을 받았다. 그때 처음으로 내 음역이 소프라노임을 알았다. 강사시절 목을 너무 혹사해 성대가 많이 상해있다는 말도 들었다. 음정은 정확하다고 했다. 고음은 훈련으로 가능하지만 저음은 타고 나야 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때 어렴풋이 생각했다. 내가 부를 최적의 노래는 나만이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언젠가 나의 노래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25년 4월 과학 기술의 폭발적 발전으로 생성형 AI가 등장하고 있었다. 우연히 노래생성 AI SUNO를 접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그동안 써놓은 가사와 시를 가지고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2개월 정도 다양한 분야의 AI를 사용하면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의존과 활용을 구분해야겠다고. 내 창작의 기쁨과 고통을 AI에게 넘겨주지 않겠다고. 그리고 AI를 철저하게 나를 훈련하는데 사용했다.
지난 7개월 동안 많은 음악을 접하고 AI를 통해 내가 만든 수천 곡의 노래를 듣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결코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은 양질전화, 임계질량의 초월에 대한 믿음이었다. 언젠가 내 안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올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던 12월 초 이른 아침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휴대폰을 꺼내 바로 녹음했다. 1분 30초짜리 메인 멜로디였다. AI는 가이드보컬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다. 피아노가 할 일을 대신 해주었다. 훌륭하게 음원이 나왔다. 기록으로 남긴 사진과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가사를 썼다. 마침내 나의 첫 번째 창작곡이 탄생했다. <하늘의 정원, 사파> 2년 전 베트남 배낭여행당시 갔던 곳이다.
두 번째 노래는 <축복의 밤>이다. 지난 세월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 해마다 내가 느꼈던 허전함과 허무의 감정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미국의 테일러 스위프트는 남자와 사귀고 헤어질 때마다 노래를 만들었다. 그 노래들은 메가히트를 했다. 이제야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감정의 파고가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좋은 창작의 모티브가 된다는 것을.
2년 전 폴란드 자코파네 타트라 산맥에서 내가 했던 나의 다짐이 이제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나는 그때 예술가가 되기로 했다. 무명이지만 어떠랴. 창작의 희열을 느낀다. 이제 눈을 들어 조금 높은 곳을 바라보려 한다. 나의 노래를 음원차트에 등재하려한다. 여러 가지 실무적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 멜론챠트에 한 번 등록해 보려고 한다. 계속 배운다. 이 배움이 나를 지치지 않고 움직이게 만든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궁금하다. 가슴이 뛰고 설레는 삶을 살아 보려고 한다. 2026년의 대략적인 방향이 정해졌다.
<하늘의 정원, 사파>
촬영 편집: Hesse
작사 작곡: Hesse
노래: SUNO AI
<축복의 밤>
작사, 작곡: Hesse
노래: SUNO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