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종단을 하던 중에 아르헨티나의 국립묘지에 들러서 에바를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메모에 이렇게 적혀있다.
“영화에서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라는 말을 남기고
젊은 생을 마친 에바 페론,
아직도 그녀의 무덤 앞엔 생화가 끊이지 않고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된다.
그녀는 미천한 신분에서 대통령의 부인이 되어서
죽을 때까지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았다.
에비타는 가난한 집 딸로 태어나 15살에 배우가 되기 위해 부에노스로 와서
수많은 남자들에게 몸을 맡기면서 유명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가,
1944년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돕기 위한 자선 모임에서
그 당시 노동부장관이었던 페론를 만나 서로에게 끌리고
서로에게 필요한 사람임을 알아보면서 결혼한다.
나중에 페론이 대통령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자신이 겪어본 어려움을 알기에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다가
1952년 아주 젊은 나이인 33살에 암으로 죽었다.”
몇 년 전 제주도 올레를 하다가 김만덕이라는 역사의 여인을 알게 되었으며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여인으로 그녀를 선택했다.
역시 내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김만덕은 200년 전 조선 정조 때 여인이다.
영리하고 독립적이고 용기 있는 여인,
기생으로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런 인맥과 정보를 활용해 장사를 해서 큰돈을 벌고
그 돈을 대범하게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쓴 여인이다.
글쎄 내가 아는 역사의 여인 중에
이만큼 대단한 용기와 능력과 열린 마음을 갖춘 이가 있었던가?
만약 그녀가 여염집 여인으로 살았더라면
아무리 똑똑하고 야무지고 담대했다 하더라도
성공은커녕 사업을 할 수도 없었겠지.
기생의 신분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나 보다.”
한 여인은 기생으로 한 여인은 영화배우 지망생으로 뭇남자들에게 안기면서
출세나 부를 추구했지만
본인들의 경험을 살려 세상을 더 좋게,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도 그들이 남자들에게 안겨야 했던 과거를 허물로 보지 않는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대에 맞선 거룩한 영혼이며
미래 인류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로 생각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가 존재하는 한,
그 두 사람은 국민 마음속에 대대손손 영원히 살아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에바와 김만덕과 비슷한 과정을 겪은 걸로 여겨지며
에바처럼 대통령의 부인이 되었던 여인이 있다. 김건희다.
그녀도 에바처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잘만 했다면 그녀의 과거는 잊히거나 미화되고
우리 역사에 미담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온갖 문제로 오늘 구속이 되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에바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해 거룩한 마음으로 정치에 관여했을까?
권력을 가진 남자들을 이용하고 조롱하며 세상을 주무르고 싶었을까?
온갖 화려한 학력, 경력, 직함을 가진 남자도 김건희 앞에선
그냥 주무르기 쉬운 수놈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그녀는 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