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효도

by 임경환

타던 자전거가 삐걱거린다.

돌아올 걸 생각하면 힘에 부쳐서 멀리까지 가지도 못한다.

전기자전거라면 더 오래 타고,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을 텐데….


경제적으로 독립한 아들과 딸로부터 매달 10만 원씩 아내가 거두고 있다.

물론 쓰진 않는다. 나중에 가족행사를 위해 모아두는 거란다.

전기자전거 한 대 살 돈은 충분히 되던데!

가족행사가 별 건가?

아빠가 전기자전거를 갖고 싶어 하고 그래서 아빠가 건강하고 즐거우면

저들 부담도 덜 수 있을 텐데, 그게 현명한 거 아닌가?

그게 쉽고 현명한 효도가 아니냐?

아무튼 그런 비약적인 논리를 만들어서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말하라고 강요했다.


아이들이 크게 반대할 일이 없다.

자전거가 생각보다 무겁기는 하지만 쓸만하다.

어지간해선 전기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오르막에선 전기를 조금 사용하기도 하니까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자주 야외에 나가게 되어서 좋다.

강요한 효도이지만 내가 필요한 걸 이야기해서

아이들이 고민하지 않고 함들이지 않고 효도할 수 있어서 좋은 거 아닌가?

너무 사양하는 것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별로다.

하지만 적당한 선에서 가장 필요한 걸 알려줘서

효도를 쉽게 하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추가로 뭘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부모를 위해 모은 돈인데

가장 요긴한 쓰임새에 당겨쓰자.

얘들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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