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래습지에 맨발로 들어갈 수 있는 줄 몰랐다.
한적한 가을날, 거길 지나다가 붉게 물들어 가는 칠면초에 홀려서 들어간다.
맨발에 느껴지는 입자가 가는 뻘이 간지럽다.
가을볕에 발갛게 된 칠면초가 이쁘다.
그런데 이게 뭐야?
칠면초밭에 칠면초랑 같은 붉은색 외팔을 휘두르는 게들이 천지에 널려있다.
아니 저눔들이 도망도 안 가고?
여기가 무슨 갈라파고스 같은 보호구역인 줄 아나?
맞네! 보호구역이야.
너무 가까이 가면 도망가기도 하지만
어찌 저런 미물들이 사람들 마음과 행동을 알아차리고
그들이 자기를 헤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천연덕스럽게 사람을 무시한다.
덕분에 쪼그리고 앉아 자세히 관찰한다.
대부분 외팔이야.
무시무시하고 무거운 외팔을 공중에 쳐들고
작고 보잘것없는 팔로 열심히 뭘 하고 있다.
굵고 크고 날카로운 팔은 폼이다.
작은 팔로 뻘의 진흙을 떼어서 부지런히 입에 넣고 있다.
진흙을 먹고 있어! 웃기는 놈이네.
껌을 씹어 단물을 빨듯이 먹고 한참 지나면
턱에 동그란 진흙이 모여서 물방울처럼 점점 커지다가 떨어진다.
아 하! 뻘이나 모래밭에 작은 흙덩어리가 작품처럼 널려있던 게 저놈들 짓이구나.
개펄을 청소하는군! 걸레를 짜듯이 영양분을 짜내고 다시 깨끗한 흙을 뭉쳐 놓는다.
귀여워서 살짝 건드려 보고 싶었는데
내 손짓에 놀란 놈이 급하게 도망가는데
먼저 도망간 놈이 구멍에 버티고 있어 들어갈 수가 없어 헤매다가 내게 잡힌다.
먼저 도망간 놈이 미안했는지 아니면 궁금했는지
깊은 구멍에 들어가지 않고
가시가 난 외팔을 구멍에 보이게 내밀고 있다가 내 손에 잡힌다.
좀 나와보라고 당겼더니 겁을 먹고 자기 팔을 자르고 도망가 버린다.
애들 이름이 농게란다. 외팔이들은 수놈이고
암놈은 같은 크기의 작은 양팔을 다 갖고 있다는데 왜 수놈만 눈에 띄는지?
수놈은 한쪽 손으로 식사하고 암놈은 양쪽 손으로 먹을 수 있으니
더 쉽게 살 수 있겠네. 암놈 보기가 별 따기다.
아마도 지금은 수놈이 외팔을 휘두르며 보호해 주는 영역 안 굴속에 숨어있다가
선선할 때 두 팔로 식사를 하려나 보다.
예쁜 색깔의 게들이 굴뚝 모양의 굴을 만들고
그 주위에서 흙을 부지런히 씹고 뱉으며 개펄에 거대한 작품이 만들어진다.
갈라파고스가 별게 아니다.
사람들이 건드리지 않으면 저들이 알아서 사람들이랑 살아가는 걸 터득하네.
지금 소래습지도 훌륭한 갈라파고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