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손에 든 책이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이다.
미국 소설가 하퍼 리의 유일한 저서로
1960년에 출간되어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미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널리 읽혔다는 책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똑똑하고 야무지고 장난기가 넘치면서
정의롭고 순수한 소녀 스카웃 핀치다.
엄마가 없이 홀로인 아버지를 믿고 그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직관적으로 잘 분별하는 아이다.
다 읽지 않았다. 책을 읽는 중이다.
내용 중에 불의에 맞서는 변호사 아버지와 대화가 마음에 들어왔다.
「아빠가 그 사람을 변호하시지 않으면,
오빠랑 저랑 이제 더 아빠 말씀을 안 들어도 괜찮다는 거예요?」
「그런 셈이지.」
「어째서요?」
「내가 너희들에게 내 말을 들으라고 두 번 다시 말할 수 없기 때문이야.」
시류에 부합하고 정의를 외면하면 자식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말이다.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훌륭하다.
사랑스럽고 똑똑한 아이들이 있어 더 바르게 살 힘을 얻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자식이 있으며 저처럼 훌륭한 가정교육을 하기엔 이미 자격이 없다.
많은 잘못을 했으며 이미 자식들이 다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함부로 살아야겠다는 건 아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자식에게 훌륭한 스승이 될 자격을 갖춘 사람이
세상에 0.1%도 되지 않을 것이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불완전하고 유혹에 빠지고 실수하고 잘못을 해도
그래도 스스로 인지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훌륭하다고 인정한다.
또한 부모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배우고 깨우친다.
내가 잘 못 살았다고 해서
나는 다음 세대에 가르침을 줄 자격이 없으니 대충 살고
아이들에게도 아무 교훈을 주지 않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바담 풍이라 해도 너는 바담 풍이라 해야 한다“
서당 선생님의 애절함이 저 문장에 들어가 있다.
혀가 짧아서 바람 풍을 바담 풍으로 발음한다.
자신의 발음을 따라 하는 서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치고 싶지만
"나는 바담 풍이라 해도 너는 바람 풍이라 해야 한다”라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훈장 일은 계속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