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가끔은 되돌아본다.
그래도 내가 살면서 잘한 게 있지 않나?
물론 대부분 결혼한 남자들에겐 자식을 낳고 키워서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시킨 것이 가장 큰 업적이다.
그거야 가정을 이룬 남자 누구나 바라는 일이니, 나에게만 특별한 건 아니다.
그것 말고 나만 특별하게 잘한 게 뭘까?
있다.
1. 일기를 쓰며 나를 돌아봤다.
급한 성격에 정의감에 사로잡혀, 쉽게 남을 나무라고 분노하고
거침없이 행동하던 내가 세월 속에서 그나마 한 타임 늦추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부드러워진 것은
순전히 매일 저녁 일기장을 통해 나 자신과 대화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나를 돌아보며 수정하고, 결심하며
더 좋아진 나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2. 취미로 등산을 택했다.
생각해 보면 정신도 육체의 일부이다. 뇌는 신경다발이며 그게 영혼이다.
몸이 튼튼하지 않으면 정신이 튼튼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몸을 건강하게 하려고 등산을 택한 게 아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과 감사하는 마음, 한 타임 늦출 수 있는 여유로움, 끈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당할 체력과 담력, 결단력을 산에 다니면서 마련했다.
3. 유학을 하기로 결심한 것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었지만 과감하게 실행했다.
안 그랬으면 직장 생활하며 줄담배와 노름에 찌들어 날밤을 새우길 밥 먹듯이 하여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4. 책을 가까이한 것
내 전문분야가 아닌 영역의 책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노력했다.
산에 가는 버스에서라도 한 줄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하며
세상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해 전수하는
삶의 진수를 받아들이려고 애를 썼다.
5. 딸이랑 일 년 동안 세상을 떠돌며 그걸 책으로 기록한 것
돌아보면 내 시간과 돈을 가장 보람 있게 썼다고 자부한다.
딸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한 사람으로 익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으며
세상 가장 큰 공부가 되었다.
또한 내 생에 가장 소중한 보물은 바로 딸과 함께한 여행을 기록한 책이다.
평생 내 몸에 20만 원보다 비싼 걸 걸쳐본 적이 거의 없지만
그 책은 그 무게의 금덩어리보다 귀하게 여기며 나의 분신처럼 생각한다.
후회할 수 없는 후회되는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몇몇 일들이
그나마 나란 사람을 유지해 준 게 아닐까?
그래서 위태위태한 길을 피하고 지금까지 지금처럼 살아있게 한 것들은
좋은 습관을 통해 필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렸던 나 자신에게 고마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