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을 했다. 사실상 은퇴다.
섭섭하다기보다 후련하다.
막막함 그런 거 없다. 오히려 무지 설렌다.
완벽한 자유인이 되었다.
부모님도 곁을 떠나셨고 자식도 떠났다.
아무도 나에게 간섭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돈을 벌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연금도 나올 테고 모아놓은 돈도 있다.
지금처럼 적당히 살면 굶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래서 평생 놀아도 된다. 얼마나 좋은가?
질릴 때까지 놀아보자.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건 뭐냐고?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게 가장 하고 싶은 거다.
오직 그거뿐이다.
다른 무엇이 떠오른다면 세상을 주유하고 싶다.
세상 구석구석을 흐느적거리며 쳐다보고 들여다보고 만져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고 또 훌쩍 떠나기다.
내가 욕심내는 것은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경치를 구경하고
좋은 사람들이랑 좋은 대화를 하는 거다.
그리고 그걸 글로 남기는 일이다. 그게 전부다.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에도 관심 없다.
지금 소유하고 또는 앞으로 소유가 예상되는 걸로 충분하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하다.
세상을 많이 보는 것, 그리고 내 생각과 마음을 글로 쓰는 것, 딱 두 개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도, 고민할 이유도 없다.
잘 놀기 위해서, 세상을 더 많이 돌기 위해서
잘 먹고, 편안한 옷을 입고, 든든한 신발을 신고
건강한 내 발로 다니는 거다.
내 모든 생각의 초점이 거기로 몰린다.
다른 건 아무것도 몰라도 돼. 생각할 필요도 없어.
간결하고 단순하게,
내가 가고픈 곳으로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경제력과 건강을 갖고 있으면 된다.
설마 돈이 부족하다 해도 걱정하지 않는다.
난 있다고 믿는다. 그 정도야 충분히 있지.
그깟 거 얼마나 한다고,
난 아직도 세상 거친 음식을 소화할 수 있는 위장이 있고
누추한 게스트 하우스 다인실에서 뒹굴 자신도 있고
거기에 오는 세상 모든 곳으로부터 사람들과 이야기를 즐기고
아직 그걸 견딜 만큼은 건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