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千字文) 공부

by 임경환

중국 여행을 하고 난 뒤 한자에 관심이 생겨서

천자문을 뒤적여 보았다.

‘하늘천 따지’ 하면서 어릴 때 600여 자 정도를 익힌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엔 맨 뒤에서부터 거꾸로 시작했다.

위어조자언재호야(謂語助者焉哉乎也),

고루과문우몽등초 [孤陋寡聞愚蒙等誚]….


어릴 땐 성급하게 글자를 익히기에 바빴는데

시간이 있는 지금, 천자문을 들여다보다가

천자문이 그냥 글자 책이 아니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천 개의 글자를 8글자씩 125개 문장으로 운율에 맞추어 시처럼 만들었으며

각 문장 안에 고대 중국의 신화, 동양의 철학, 과학, 역사,

자연의 이치, 예절, 교양 등등이 담겨 있단다.

남들이 오래전에 알았을 내용을 육십 중반이 되어서야 알고는

‘천자문이 이렇게 대단하구나!’하고 무릎을 치게 되었다.


천자문은 '천 개의 서로 다른 글자'로 이루어진 한자 학습서이지만

단순히 글자를 모아놓은 것을 넘어, 삼라만상의 이치와 사람의 도리를

설명하는 철학서, 도덕서, 백과사전인 셈이다.

이 천자문을 서기 500년 무렵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의 재상인 주흥사(周興嗣)가

하룻밤 만에 완성했다는 것도 너무나 놀랍다.

양나라 무제가 주흥사에게 한자 1,000자를 뽑아서 그걸 이용해서

의미가 통하는 문장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는데,

이를 하룻밤 만에 완수한 천재 재상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셌다고 한다.

그래서 천자문의 다른 이름이 백수문(白首文)'이란다.


옛날에도 그런 천재들이 있었어.

지금도 그렇고,

인류는 그런 존재들에게 신세를 지면서 문명을 키우며 지금까지 왔구나!

그런 존재를 인지하고 능력을 발휘하게 해 준 사람들도 있으니까 가능했지.

머리가 점점 굳어가는 지금 내가 천자문을 공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런 역사를 알게 되고

또 그 내용이 단순한 글자를 익히는 게 아니라 배움을 포함하고 있어서

어릴 때 대하던 태도와는 다르게 진지하게 들여다볼 수는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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