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부자가 되었다.
빈둥거리고 기웃거리는 거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하고 싶지도 않다.
동네를 느리게 걷다가 자그만 카페에 쉬러 들어갔다.
중년인데 또래가 가늠이 안 되는 여인이
조용한 손놀림으로 커피를 내놓는다.
고요한 그 집이 생각에 잠기기 좋아서 몇 주 뒤에 또 들렀다.
더 젊은 여인이 들어온다.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잠시 멈칫거리던 여인이
내 자리 맞은편에 앉아도 되냐고 하면서
결국은 이것저것 묻기 시작한다.
두 여인은 언니 동생으로 알고 지내지만
서로 의지하며 친구처럼 지낸 지가 십수 년이란다.
둘의 말에 의하면 내게 그렇게 말을 걸고,
뭘 물어도 될 사람 같아 보였단다.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5살 10살이 아래인 여인들이 친구로 지내자고 하는데
내가 마다할 리가 있겠는가?
50대 중반을 넘어서 사람 사귀는 건 너무 쉽다.
이때쯤엔 살아온 세월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얼굴에 다 드러난다.
숨길 수 없는 살아온 이력이 다 쓰여있기에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아리까리하면 안 사귀면 된다.
내가 뭐가 아쉬워서 모험을 하겠는가?
너무나 선하고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고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쓰여있다.
인간적인 따뜻함과 이해심을 품고
좋은 마음으로 인내하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악바리 스타일은 아니라고 쓰여있다.
그런 여인들이 무슨 이유로 내게 친구처럼 지내자고 하겠는가?
두 사람에게도 내가 해악을 끼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던 거다.
시간을 조금 쓸 일이 생겼다.
마실 가듯이 가서 가볍게 차 한잔하고
자식들 크는 이야기, 세상 여행한 이야기,
배우자들에 대한 가벼운 흉보기
봄이 되면 같이 소풍 갈 이야기 등등을 한다.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하고 서로서로 배려한다.
운 좋은 사람, 나의 행운은 동네에서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