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가 된 날의 일상

by 임경환

주민센터에 가서 ‘시니어 프리패스’라는

전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카드를 발급받았다.

하...., 이게 진짜로 시니어 증명서,

말하자면 ‘경로우대증’을 받은 셈이다.

나라에서 뭘 이렇게까지 살펴 주시노!

대한민국 만세다.


그냥 놀며 먹는 게 내 직업이 되었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요즘 말로 파이어족이 된 건가?

어른이 좋긴 좋다.

누구도 내가 게으름 피운다고 뭐라 하지 않는다.

아내조차도 뭐라 못한다.

개념으로만 알던 자유라는 걸, 이렇게 느끼고 실천하고 체득한다.

이런 게 정말 자유구나.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삼박자가 맞아야 진정한 자유가 이루어지는구나!

생각해 보지도, 상상해 보지도 못한 날이 펼쳐진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까 이런 거 아니겠어.

내가 그렇다고 인정하기엔 계면쩍지만

일단 사회에서 인정하니 나도 인정하자,


그래도 옷은 멀끔하게 입고 나가자.

어슬렁거리며 사람들 구경도 하고,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주식도 보고, 길거리에서 군것질도 하자.

동네에서 새로 알게 된 이쁜 여동생들에게 커피도 사자.


게으를 자격증을 땄다.

추운 날엔 따뜻한 집에 그냥 있자.

더울 땐 계곡에 가서 발을 담그고

날씨가 좋은 봄 가을엔 소풍을 가자.

불쑥 아무 데나 가고 싶을 때 어디로든 떠나고

먹고 싶은 거 생각나면 먹자.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고, 한자 공부도 해보고

못 가본 동네 길로 산책도 해보고

문득 차를 몰고 겨울 바닷가를 돌아보자.


기가 차다.

이게 진정한 자유야.

아내도 건드리지 못하는 나의 자유

모든 게 맞아떨어지고 운이 좋아야 누릴 수 있구나!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

아버지한테 손 안 벌리고 저들이 벌어 먹고사니

내가 번 돈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다니!

주위에 안 그런 사람들이 허다한데….

고요히 앉아 이렇게 의식하고 내 마음대로 결정하는 날들이

오래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늙음이랑 그 뒤엣것이 오겠지.

언젠가 누구에게나 온다.

그러니 그런 거는 걱정하지 말자고….

오면 그때 또 생각해 보자고.

지금은 눈을 새그랍게 감고 이 자유로움에 잠겨보자고

이제 좋은 맘으로 좋은 어른이 되도록 하자.

뭘 꼭 잘하고, 유명해지거나 공을 쌓아야

좋은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잘못된 걸 안 해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

난 후자로 길을 정하자. 좀 쉽게 좋은 어른이 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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