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결혼비행

by 임경환

아파트 보도블록 틈에 개미가 바글거린다.

거대한 몸에, 빛나는 날개를 단 수십 마리의 개미가 어슬렁거리고

곁에 날개가 없는 작은 개미들이 각각의 날개 달린 개미를 따라다니며

연신 단장을 하는 거 같다.

한쪽엔 작지만, 날개가 있는 개미들이 일렬로 서서

마치 출격 대비를 한 것처럼 보인다.

아! 오늘 결혼비행이 있구나.


대부분의 개미들이 초여름에서 늦여름 사이,

비가 온 다음 맑은 날, 기온이 상승하고 습도가 높은 날,

결혼비행을 한단다.

오늘 같은 날이 번식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란다.

날개를 가진 거대한 수십 마리가 여왕의 후보인 처녀 개미들이며

날개를 가진 수백 마리의 작은 개미들이 수개미들이며

날개가 없는 작은 개미들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들이 일개미로

오늘 이 일을 기획하고 지금 실행을 준비하고 있다.


종족의 미래를 여는 거대한 행사다.

이 일을 진행하는 일개미는 이 일이 끝난 후

여전히 이 보드 블록 틈바구니에 남아

기존의 여왕을 모시고 둥지를 지킬 테고

날개를 가다듬고 있는 수십 마리의 처녀 개미 중

1% 정도가 결혼비행에서 수정하고 돌아와 자기의 왕국을 건설한단다.

수정에 성공하고 돌아온 처녀 개미는 홀로 땅을 파고 들어가

알을 낳아 일개미로 키우고

그때부터 일개미의 시중을 받으며 본인의 왕국을 건설한다.

일렬로 도열한 저 수개미들은 100% 죽는다고 보면 된다.

결국 여왕 후보 개미도, 수개미도 초여름 저녁 시간에 하늘에 올라 마음껏 날고

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


예사로운 장면이 아니다.

운명을 결정하는 시간이다.

뜨겁지도 건조하지도 않고 맑은 날을 택했다.

이날이 오길 기다렸겠지.

그리고 떠나겠지….

수많은 동료들이 같이 떠나니까 두려움이 덜 하겠지.


벤치에 앉아 있으면 기어오르는 개미가 귀찮아서 많이 죽였어.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고, 그냥 털어내자.

어렵게 얻은 귀한 자손들이며

나처럼 단 한 번 이 세상에 나온 생명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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