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뻐꾸기

by 임경환

우리 동네에 뻐꾸기시계가 있다.

여름이 시작된 언젠가부터

정확히 오전 8시 20분이면 뻐꾹뻐꾹 시를 알려준다.

제작된 시계가 아니다. 자연산 생체시계다.

우리 동네 뻐꾸기는 자기가 정한 시간이 있다.

하루 중 오직 오전 8시 20분에 시작해서 한 20~30분 운다.


기억에 남아 있는 노래

“뻐꾹뻐꾹 봄이 가네.

뻐꾸기 소리 잘 가란 인사

뻐꾹뻐꾹 여름이 오네.

뻐꾸기 소리 첫 여름 인사”

그렇구나. 뻐꾸기는 여름 한 철만 우는구나.

익숙해서 뒷산에 사는 줄 알았더니 철새였어.

여름이 지나면 여름이 있는 나라로 떠나버리는 새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으면 그 알이 먼저 깨어나 본능적으로

다른 새끼 새를 엉덩이로 떠밀어 새집 밖으로 밀어내어 죽이는 새

그런 영상을 보면 어떻게든 새끼 뻐꾸기가 하는 짓이

어미 새에게 발각되어 죽임을 당하길 원했는데

미련한 어미 새는 새끼 뻐꾸기가

진정한 자신의 새끼를 둥지 바깥으로 밀어내어 죽이는 걸 못 본 척한다.


어미 뻐꾸기는 번식기가 끝나면 먼저 남쪽으로 이동하고,

새끼 뻐꾸기는 나중에 홀로 여행해야 하며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다시 만날 일도 없단다.

거기다 눈치를 보며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가끔은 발각되어 알이 파괴되기도 한다.

부화 성공률은 50%가 안 된다고 한다.


왜 뻐꾸기가 저런 삶의 방식을 택하고 진화했는지는 모르겠다.

온갖 눈총을 받으면서, 새끼를 키우지도 않고

새끼와 어떤 유대관계도 버리면서….


뻐꾹뻐꾹, 부모의 정도 없고,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친구 하나 없이 다른 새들의 미움과 원한을 받으면서

가장 이기적으로 사는 새

자신도 결국은 자식을 내팽개치고 살아야 하는 뻐꾸기

미운 뻐꾸기지만 우리 동네에서 성실하게 울어줄 뿐만 아니라

본능적으로 ‘사랑’이라는 말을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운명에서

‘참 외롭겠구나!’하고 측은해지고

내게 박힌 뻐꾸기에 대한 나쁜 인상도 좀 옅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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