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여행, 아내와 여행

by 임경환

3월 중순에 아내랑 한 달 동안 뉴질랜드를 여행하기로 했다.

차를 빌려서 남쪽과 북쪽 섬으로 나누어진 나라를

천천히 다닐 생각이다.

거의 10년 전에 딸과 일 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을 쏘다닐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땐 내 젊음이 온갖 험한 곳을 찾아다닐 수 있게 했고

딸도 젊어서 거친 잠자리도 가능했다.


아내는 딸만큼 힘든 걸 못 해내고 또 그만큼의 호기심도 없다.

나 또한 10년 전만큼 모든 모험을 수행할 정도의 에너지는 없다.

좋아진 것이 있다면 그때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인당 만 원짜리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는 게 아니라

하룻밤에 10만 원짜리 숙소에서 자게 될 거다.

그땐 어느 하루 빈둥거린 날이 없지만

이번엔 무리하면 안 된다.

쉬어가면서 아무리 경치가 좋더라도 험한 곳엔 안 간다.

숙박비를 아끼려고 밤 버스를 타는 것도 없다.

좀 비싸더라도 편안하고 안전한 곳에 머물 예정이다.

하루 머물수록 차량 렌트비에 숙박비가 늘겠지만

그런 게으른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다니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걸 보려고 하지 말고

무얼 보든, 무얼 하든 머무는 시간만 같다면

똑같이 보람이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하자.

또 지금까지 살면서 아내랑 이렇게 오래 하는 여행은 처음이다.

아내의 기준에 맞추도록 하자.


한 달 여행경비가 많이 든다.

웬 물가가 그렇게 비싼지, 미국보다 일본보다 더하다.

어쩌면 딸이랑 일 년 내내 여행한 경비의 반이 쓰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돈의 가치는 10년 전이랑 다르다.

일단 쓰고 없으면 없는 대로 아끼면서 살자.

이럴 때 쓰려고 벌고 아낀 거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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