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5주간 뉴질랜드 종주

by 임경환

생전 처음으로 아내랑 하루 종일을 같이하는 날을 35일간 했다.

차를 빌려서 뉴질랜드 북섬에서 남섬까지 가능한 한 구석구석 어디든 찾아다니며

웬만한 뉴질랜드인보다 더 많이 쏘다녔다.

생소한 땅에서 생소한 길, 정말 좁고 험한 길에 차선이 반대쪽인 그곳에서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았고

매일매일 잠자리를 정하고

어느 순간 예기치 않았던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해결해야 하며

내일이 없는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정신이 없었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고 예측할 여유도 없으며

오늘의 잠자리는 오늘 저녁에 되어봐야 결정되는 날을 보냈다.


하루살이라지만 그 하루하루 충실하게 너무나 행복한 하루였다.

즐겁고 행복하고 시간 시간이 아까웠기에

우리가 하루살이처럼 살기로 선택한 것이고

둘이서 서로 도와가며 그걸 잘 해냈기에 더더욱 만족한다.


뉴질랜드, 너무나 생소한 그 땅은 어느 한 곳, 버릴 것이 없는

가는 곳, 그 어디든 감탄하게 했고 멍하게 했고

눈을 좁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지금껏 여행한 나라 중에 하루당 경비가 가장 비쌌지만

같이 오래 살며 자식을 키워내고

서로를 잘 알아서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랑

서로 편안하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안전하고 행복하게 보냈다.

자유여행을 달가워하지 않던 아내도

이번 여행을 통해 여행의 묘미를 체득하고

또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여행의 재미를 알게 되고

별별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 세상이 있고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

신기해하고 좋아하면서

이젠 터키나 이집트 여행도 이런 식으로 가잔다.

뉴질랜드는 눈이 시린 초원으로 거대하고 건강한 나무들로,

들판에 널려있는 역시 건강한 소 떼와 양 떼들로,

동쪽의 평원과 서쪽의 거대한 산맥으로,

산을 내리누르는 빙하로,

빙하가 녹은 청록빛 호수로,

아직도 이글거리는 화산으로,

눈을 뗄 수 없었으며

단위 면적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아름다운 걸 보러 멀리 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그냥 아무 데로 눈을 돌려도 아무 데나 아름답고 깨끗하고 순수했다.

다만 너무 아름다운 곳에 살아서 독점욕에선지

아니면 너무 관광에 의존해서 뺀질뺀질해져서인지

관광객 때문에 물가가 올라서인지

전반적으로 현지인들이 썩 친절하지는 않았다.


썩 활달하지는 않은 아내가

그래도 여행 온 세상 온갖 사람들과 어울려

세상을 알아가고 또 좋아해 줘서 좋다.

그 좋은 곳에서 평생을 같이한 아내에게

조금이나마 선물 같은 시간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좋은 사람들과 지혜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이런 걸 경험할 수 있어 행복했으며

이곳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온몸으로 세상을 느끼며

바쁘게 보냈지만

아내가 이런 여행을 받아들이고

여유로워지고 좋아했다는 것으로 뿌듯하다.

뉴질랜드랑 길고 강렬했던 여행,

이번 한 번으로 이별한다.


20260314_153935.jpg
20260315_134116.jpg
20260318_121658.jpg
20260318_194214.jpg
20260319_114633.jpg
20260320_095234.jpg
20260320_150351.jpg
20260320_165707.jpg
20260321_111953.jpg
20260321_142038.jpg
20260321_154957.jpg
20260322_164439(0).jpg
20260322_173855.jpg
20260325_133622.jpg
20260327_110004.jpg
20260328_112645.jpg
20260328_145420.jpg
20260329_085445.jpg
20260329_091513.jpg
20260329_095853.jpg
20260329_102436.jpg
20260329_114856.jpg
20260329_115104.jpg
20260329_161823.jpg
20260329_171533.jpg
20260329_185240.jpg
20260330_123622.jpg
20260330_140809.jpg
20260331_104854.jpg
20260331_125742.jpg
20260331_143314.jpg
20260401_092548.jpg
20260401_132350.jpg
20260401_145107.jpg
20260401_161756.jpg
20260402_084722.jpg
20260402_090449.jpg
20260402_112146.jpg
20260402_131838.jpg
20260404_112351.jpg
20260404_141447.jpg
20260404_150349.jpg
20260405_095507.jpg
20260405_103245.jpg
20260405_145510.jpg
20260406_114213.jpg
20260406_162251.jpg
20260406_163304.jpg
20260407_112347.jpg
20260407_115931.jpg
20260408_101057.jpg
20260408_102953.jpg
20260409_093654.jpg
20260409_093711.jpg
20260409_112041.jpg
20260409_112341.jpg
20260410_123504.jpg
20260410_173706.jpg
20260411_131324.jpg
20260411_162246.jpg
20260412_104454.jpg
20260412_123657.jpg
20260412_130032.jpg
20260412_131017.jpg
20260414_095753.jpg
20260414_140710.jpg
20260414_152103.jpg
20260414_162210.jpg
20260415_114636.jpg


작가의 이전글주식거래를 하는 자세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