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와 딸, 아메리카 대륙종단>
-어떤 후기

by 임경환


누구나 가슴 속에 버킷리스트 하나쯤은 품고 있다.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악기 연주하기, 세계일주여행, 자서전 쓰기.....
대부분의 사람은 가슴 속에만 간직하는 반면에 소수의 사람은 그걸 실현한다.
<아비와 딸>은 그 중에 하나를 실천한 생생한 여행서이다.
그것도 50대 후반의 아비와 20대의 딸이 알레스카를 출발하여 북미와 중미를 종단하고,

남미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종단한 살아있는 여행기이다. 꼬박 1년을.

이 책은 읽기 쉽고, 현장감이 넘치고 재밌다.
정보가 가득하고 너무나 인간적이다.
인간적이다 못해 보는 사람이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이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마치 타임캡슐을 타고 현장에 있는 거 같은 느낌이다.

강, 산, 사람이 앞에 펼쳐지는 거 같다. 알레스카의 투어를 시작하며

“어마어마한 엉덩이를 소유한 여인이 우리의 운전기사이며, 안내인이다.

차에 올라 운전석에 앉는데도 최소 2-3분이 걸린다.

그녀가 돌발상황 시 제대로 된 무조건반사적인 행동을 보일지는 의심스럽다. 뭐 그런 일은 없겠지....”
“데날리에는 8월 중순에 가을이 내린다. 설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그 산들 아래 산들이 밀어낸 빙하에 깎인 들판에 가을빛이 내려앉는다.

광활한 천지에 풀도 나무도 물들어가고 그 평원에 물줄기들이 가고 싶은 대로 흘러내린다.”
글을 읽는 내가 마치 현장에서 그 여인의 엉덩이를 보는 듯하고,

가을빛을 가득 머금은 평원을 보며 내 마음도 구름처럼, 물처럼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너무나 인간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불쑥 텍스트에서 튀어나온다.
“울고 싶군!”
산란기의 연어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기운 없이 물살에 따라 흘러가는 모습을 설명하다가

불쑥 한 인간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네도 언젠가는 죽겠군.”
자연 속에서 툭툭 던지는 말들이 그냥 가슴에 울리는 소리로 다가온다.

자칫 진부해기지 쉬운 표현이 상황과 자연 속에서 다른 울림으로 마음을 때린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알라스카의 풍경 앞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라고 고백한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매우 현실적인 여행자로 돌아온다.
경비행기 비행사가 팁을 의식한 립서비스를 늘어놓자 속으로 툭 던진다.
“난 팁 안 준다.”
그리고 곳곳에는 여행정보가 가득하다.
“낯선 곳에선 절대로 언제나 가격부터 물어보는 걸 습관화하자”고 매우 실용적인 지침을 준다.

이 여행책에는 손수 발로 뛰며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다.

하나같이 아름답지만 너무 아름답지 않아 인간미 풍기는 사진들이다.
그러나 이 많은 사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르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1권 329쪽의 사진을 고를 것이다.

함께 여행하던 딸이 먼저 귀국한 후 홀로 남은 아비가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찍은 사진이다.

파도와 백사장 그리고 물기 먹은 모래밭에 푹푹 패이듯이 찍힌 발자국 밖에 없는 사진이다.

마치 반 고흐의 <한 켤레의 구두>를 연상시키는 사진이다.

딸이 떠난 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바닷가를 걸어간 아비의 발자국이다.

그 발자국에는 떠나간 딸의 흔적, 홀로 남은 아비의 쓸쓸함, 결국은 혼자서 가야하는 인생,

파도가 밀려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우리네 인생살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에 남게 될 진한 사랑과 아름다운 추억.....

‘아비와 딸’은 흔치 않은 여행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의 이야기이다.

아비와 딸이 시작했고, 수 많은 만남의 이야기가 있고,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나도 이런 아비가 되고 싶다, 나도 이런 딸이 되고 싶다.
행복한 두 사람이다.......
책을 덮기 전에 북미와 남미가 그려지고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 모두 아비와 딸이 되어 어딘가를 가자, 토닥거리며, 희희덕거리며, 책에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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