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설명서

250925

by 원호연


나를 돌보아주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린 타인을 돌보는 방법을 떠올려볼 때, 더 쉬운 답이 나온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돌보는 것에 무뎌진 게 아닐까 싶다.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먹고 싶고, 누구 곁에 있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참에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한다.


그럼 먼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야겠지. 그러고 나서 찬물 한 잔 들이켜고, 계란을 풀어 노란 오므라이스를 만들자. 아끼던 접시에 올려 빨간 케첩으로 그럴싸한 그림도 그려주자. 배가 부르면 소파에 기대어 담요를 덮고 낮잠을 자자. 자고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산책도 나가자. 돌아오는 길에 내가 좋아하는 초코맛 과자를 잔뜩 사 와버리자. 방에 앉아 창문을 열고 풀벌레 우는소리에 눈과 귀를 맡겨보자. 가끔은 눈물도 흘려보내주고 이따금 에너지가 충전되면 춤을 추자. 폭닥한 이불속으로 들어가 꿈속 세상에서 이어서 몸을 맡겨보자. 이렇게 조금 나아진 기분의 나를 다독거려 주자. 세상을 살아가는 건 나 자신이니 나를 먼저 아껴줄 수 있도록 애써보자. 아직 견딜만하다고 살아가 보자.


역시 이불 속이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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