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속

211010

by 원호연


가뭄이 일자

유속은 느려졌다.

퇴적물이 쌓이면 물은 제 길을 잃어버린다.


아침마다 새가 목숨을 바친다

먹이를 물어다 새끼에게 먹여준 새 처럼만 살았어도

남들보단 뒤처지지 않았거라 하며 후회한다.


빛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저 멀리 빛나는 별만이 빛이 아니라

화면 속 멋진 연예인이 될 수도 있고

머리 위에 불을 뿜는 형광등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은 대상으로 단정 지어 고정할 수 없는 것이다.


간판도 빛을 낸다.

그것이 깜빡이기 시작하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니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길을 걷다 갈대가 물어본다.

오늘은 어땠는지

나는 이렇게 흔들려도 제자리를 지켰는데

너는 어떻게 흔들리고 제자리를 지켰는지


흔들리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죽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유속이 느려져도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퇴적물이 쌓이면 섬이 되곤 하니까


우린 모두 그 섬으로 가기 위해

새가 되기도 간판이 되기도 하고

갈대가 되기도 하는 것인가 보다.


물가에서 / 올림푸스 필름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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