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외롭기

150416

by 원호연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말라고 정호승 시인은 말했다.


나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 편지를 뜯어보기 두려워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나라는 사람은 연락이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도 막상 나에게 연락이 닿을 때 한 발자국 물러서서 가만히 지켜본다. 마치 미리 보기로 음흉하게 다 훔쳐본 뒤에도 끝까지 숫자 1을 지우지 않으려는 그 고심함이라 해두자. 나는 완벽하지 않다. 그들과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나누기엔 부족한 나 자신이기에 이제는 먼저 연락도 삼가게 되었다. 자연스레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었다. 잉크가 물에 퍼지듯이 아주 자연스레 잊혀 가고 있었다.


외롭다. 이 감정은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아마 죽을 때에도 외로움과 함께 묻힐 것이다. 훗날 흙으로 돌아갈 때에 외로움 한 줌과 생전 겪은 괴로움 한 줌이 함께 갈릴 것이다. 나의 바로 옆, 외로움이 숨 쉬고 있다. 외로움, 네가 숨 쉴 때마다 나는 그것들을 주워 담는다. 엎질러진 추억, 쏟아버린 눈물, 떠나버린 사람을 그러나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외로움에게 안겨 고독 속으로 사라져 간다. 4월 중순 차가운 길바닥에서 죽어가는 꽃들도 외롭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너네만큼은 외롭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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