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회 먹는 계절

251119

by 원호연


올해는 추위가 빨라져 겨울이 제철이라는 방어회 먹는 시기가 앞당겨졌다고 한다. 추운 걸 질색하는 내가 이 계절을 사랑해야만 한다면 이유는 한 가지다. 이때만 먹을 수 있는 방어회가 너무 맛있기 때문.

인생 첫 방어회는 아마 18년도의 겨울로 기억된다. 그 당시엔 나름 처음 먹는 음식이라며, 전국에서 제일 난다 긴다 하는 곳에서 경험해 보고 싶었다. 검색 능력을 총동원해 가장 유명하다는 곳을 발견했고, 정말이지 대단했던 기다림 끝에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기억을 더듬어 작년에 써둔 글이 있는데 그 글을 다시 한번 볼까 한다.


마포에 위치한 ‘바다회사랑 1호점’에서 장장 2시간 30분을 기다리고 먹은 방어 회의 맛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발가락의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랜 후에 먹었던 탓인 건지, 저 집이 특출 나게 맛이 뛰어나서인지, 그곳까지 가려고 들인 시간과 생각보다 비싼 음식값에서 오는 보상심리 때문인 건지는 정확하게 구별할 수 없다. 다만 방어 회는 바다의 수온이 낮아져 지방층을 한껏 축적시킨 한겨울 대방어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흰 살 생선은 의례적으로 고추냉이나 초고추장에 찍어 쌈 채소에 올려 먹는 것이 식감이 좋지만, 방어 회는 자고로 회 맛을 덮는 양념들보단 참기름에 소금을 섞어 듬뿍 찍어 먹으면 기름진 눅진함이 두 배가 된다. 그러기에 방어 회는 오늘은 먹고 죽겠다 하며 결단하고 가더라도 많이 들어가지 않기도 하며, 생각보다 많이 기름질 수 있다. 바다회 사랑의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들어가는 순간 특유의 횟집 냄새보단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겨졌으며 그 좁은 공간에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당연히 만석이었으며 밖에서 느꼈던 냉기는 온데간데없이 삼삼오오 떠들썩한 대화에서 퍼지는 온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술 한 잔의 기울임이 없는 테이블은 존재하지 않았다. 동행했던 일행과는 방어 소, 매운탕 그리고 매화수를 주문했고 둘 다 혀까지 얼얼해질 정도로 추위 속 허기를 제대로 겪은 탓인지, 첫 한두 점은 맛도 느낄 새도 없이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매화수 한 잔에 묵은지 올린 방어 뱃살 한 점, 매화수 두 잔에 김에 묻힌 방어 등살 한 점. 기다린 만큼 기다려온 시간이 아까운 만큼 발걸음을 돌이킬 수 없던 둘은 매운탕 열기에 코와 볼을 녹이고 추억을 녹였다. 아마 우리는 겨울이 되면 핫팩 하나 품에 넣고 콧물 흘리며 기다리던 그 길목을 잊지 못할 것이다. 방어의 맛이 기억나지 않는 순간이 오더라도 짜릿했던 추위만큼은 기억나겠지. / 241125


6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 미식기행문(?)까지 작성했던 걸로 보아, 저곳에서 먹은 방어 회는 이러나저러나 잊지 못할 거 같다.


저 때의 짜릿했던 기억으로 친한 친구를 데리고 동네에 있는 횟집으로 불러 방어 회를 먹인 적이 있다. 그 친구도 꽤나 방어 맛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 명칭은 기억하진 못해도 보라색회라고 불렀다. 이후에 가끔씩 그때 먹은 보라색회가 맛있었다고 할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가곤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라색회를 먹으러 오라고 꼬드기고 있다. 이번 겨울은 봄이 오기 전 몇 번의 방어를 접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마음으로 기다려볼까 한다.

저의 방어회 예찬론이 어떠셨을까요?

작가(독자)님들은 방어 회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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