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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회복지사로 성장하고 싶은 지원자 ㅇㅇㅇ입니다. 저는 사회복지학과와 아동보육학을 복수 전공했고, ㅇㅇ복지관에서 중증 장애인을 케어하며 실무와 행정 모두 경험했습니다. 특히 미술 프로그램을 기획해 이용자분들과 단체 작품을 제작·전시한 것이 큰 보람으로 남았습니다. 이후에는 제조업·마케팅·전자상거래·교육업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고 마지막으로 근무한 곳에서는 미술과 아동보육을 결합한 교육을 실천하며 다시 한번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에 확신을 가졌습니다. 장애인의 차별 없는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특화사업을 보고 자연스럽게 이곳이다라고 느꼈습니다. 장애인의 권리와 인식을 높이는 프로그램·교육·상담 분야에서 기여하고 싶습니다. 현장 경험과 기록·기획 역량을 바탕으로 현장과 행정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 그러니까 이건 내 자기소개 대본이다. 기본 스크립트를 써놓고 기관에 맞춰 변형해 자연스러울 정도로 외웠다. 얼마 전 의도치 않게 3일 내리 연속 면접을 보러 갔다 왔기 때문이다. 경력단절 인간에게도 빛은 내리쬐는가.
최종적으로 1곳에서의 입사 제안이 왔지만 거절을 표했다. 그 이야기를 풀자면 꽤나 스토리가 길지만, 아무튼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좋은 결과란 무엇인가? 좋은 회사에서 좋은 동료 좋은 상사와 좋은 일을 하는 것인가? 사실상 일터라는 건 좋을 수가 없다. 누군들 싫어하는 공간임에는 분명하고, 싫은 사람을 매일같이 마주해야 할 수도 있는 곳이다. 돈을 벌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행해야 하는 것이 곧 노동이다. 갑자기 모든 것이 끔찍하게 싫어진다.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일에서 멀어진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이 2년 넘게 가는 건 마지막 일터에서의 트라우마 때문인가. 사실 어디 가서 트라우마라고 하는 게 사치처럼 느껴진다. 마치 일을 하기 싫어 핑계 대는 것 같다. 아니다 어쩌면 핑계가 맞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 일 이후 많이 무기력 해진 건 사실이다. 무기력은 잘 지내던 사람을 조용히 심해로 끌고 간다. 그 무서운 심해에 정착하게 만들기까지 하는 무거운 족쇄 같은 녀석이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내가. 그럼에도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뭉그적거리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된다. 하루 외부 활동하고 돌아오면 이틀은 앓아눕는다. 그 이틀 앓아누우며 생각에 빠지다 다시 밖으로 나가 사람들도 좀 만나고 온다. 어찌 되었든 그런 내가 글쓰기 모임을 하고, 브런치에 1일 1 글 업로드까지 하고, 이력서 넣고 면접 보러 다니는 자체가 진짜 신기하다. 신기하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결국 이런 나를 다시 잘 다독거려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니, 스스로에게 다시 다짐해 본다. 아직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며, 다시 나아가 보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