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31
갑자기 꽃다발이 만들고 싶어졌어요.
아주 쨍한 주황색 거베라 한 송이만 있어도
근사한 다발이 될 거 같아서요.
내일은 꽃을 사러 나갔다 올까요?
근처 꽃집에 거베라를 팔까요?
사실 딱히 줄 사람은 없어요.
이건 여담인데요. 전에 말이죠. 이른 시간부터 친구와 술 한잔하던 날이었죠. 허름하고 낡은 건물에 있던 아주 작은 횟집. 보라색회를 먹은 그곳이었습니다. 술을 마시기엔 이른 시간이라 그랬던 건지, 가게엔 손님이라곤 저와 친구 둘 뿐이었어요.
저희 둘의 온기로도 충분했지만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들었어요. 때 마침 구석진 테이블에서 사장님과 사모님 되시는 분이 식사를 시작하셨죠. 가정집 밑반찬 몇 개와 따끈한 배춧국과 밥이었어요. 근처 가게 지인분이 오셔서 함께하셨고 테이블과의 거리는 멀지 않았기에 “오늘 사모님 생일 아니여? 케이크라도 사 올 걸 그랬네”라는 대화를 엿듣고 말았어요.
저는 그것을 듣고 화장실 가는 척 슬쩍 나와 상가를 돌아다니며 꽃집을 찾았습니다. 그냥 한 송이라도 좋으니 꽃을 드리고 싶어졌거든요. 몇 분을 빙글빙글 돌며 돌아다녔는데도 꽃집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돌아가긴 아쉬워 대신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 두어 개를 사서 다시 가게로 돌아왔습니다.
사모님은
”아이고 화장실 간다길래 왜 이리 안 와 걱정했어요. 상가에서 길을 못 찾았나 싶어서 마침 가보려던 참인데”
저는 걱정 섞인 물음에
“사실 이거 사 오느라 생신이라 하셔서...”
케이크 몇 조각 담긴 작은 상자를 건네드렸습니다.
“고마워서 어쩌나.. 우리끼리 한 대화를.. 아이고“
하시며 상자를 열어 한 조각을 다시 주셨습니다. 갑자기 제가 술 한 잔에 사랑을 전파하고 싶은 거짓부렁쟁이가 된달까요.
케이크를 다 먹고 결제를 하고 나오는 길에 사모님은 고맙다며 저를 안아주셨습니다. 어쩌면 제가 안아드린 걸 수도 있겠습니다. 건강하라고 해주셨습니다.
”사모님, 사장님도요. 건강하세요.”
다시는 못 볼 인연일지라도, 나중에 겨울철 보라색회를 다시 먹으러 갔을 때 기억하지 못하시더라도, 저는 숨 헐떡이며 꽃을 찾으며 돌아다녔던 시간과 마지막 포옹만큼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담이 끝이 났습니다.
저는 여담을 좋아해요.
뜬금없이 생각나는 것들을 적는 느낌이 들거든요.
더 무슨 말을 적으면 좋을까요?
이게 좋겠네요.
제가 안아드리겠습니다.
한 아름 꽃다발은 못 안겨드려도, 들꽃 한 송이 정도는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