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뒤

시,에세이

by 이상현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웠던

모든 것들을 저 파도가

삼켜서 지나가버렸으면 하고

바랐었지만 지나간 뒤에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었다



메마른 모래 위에

홀로 서 있으면서

하지 못한 말들을 떠올리지만

돌아오는 파도에

삼켜져 다시 사라진다



끝없이 부딪치면서도 결국엔

원하는 것을 삼키는 것일까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서

문득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알아내지 못한 무언가들이

마치 아직 내 안에 남아있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파편들과

닮아있는 것 같았지만

시간을 스치듯 지나가는

가려진 구름 사이에 숨겨둔

기억은 가져가지 못한 채

잔인한 파도는 여전히

나를 남겨두고 떠나가길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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