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나의 시간은 멈추어있다.
나의 소중한 첫날을 지키고 싶다고 더 강력하게 주장해야 했지만 주장하지 못해서 무너지던 날?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임신 때마다 그에게 이끌려 병원을 갔던 날? 임신을 밝히고서 집에서 쫓겨나던 날? 시어머니에게 온갖 모진 말을 들으며 견디던 날들? 엄마의 암선고와 50에 생을 마감하는 엄마를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던 나?
남편에게 맞으며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던 날들? 그 모든 날들은 나와는 무관하게 흘러갔고 죽고 싶을 정도의 마음을 항상 품고 살지만 정작 죽을 수는 없던 날들이 허망하게 지나갔다.
그 모든 날들은 내게 커다란 상처로 남아있어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도 선명하다.
난 왜 살았던 걸까?
항상 내게는 눈동자가 있었다.
죽고 싶다고 사는 게 의미 없다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 날 쳐다보던 눈동자가 있었기에 나는 하루하루를 살았다.
내가 지켜야 할 세명의 아이들...
아이들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눈동자가 나의 하루를 이끌었다.
이젠 모든 날들이 지나간 과거가 되었지만 내게는 과거가 아니 것 같다. 여전히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기억,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되어 순간순간 떠오른다.
이젠 잊고 살고 싶다고 잊어버리고 싶다고 떨쳐내려 하면 할수록 더욱 내 곁에 와머무는 장면들이다.
할 수만 있다면 뇌리에서 도려내버리고 싶은 기억일 뿐이다.
이젠 반백년의 나이에 나는 왜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있는 것인가!!!
사랑이라는 게 뭔지 삶이란 게 뭔지 난 도무지 모르겠다.
어떤 게 옳은 건지 내 머리로는 도무지 답이 없다.
다만 나는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갈 뿐이다.
지켜야 할 아이들이 셋이나 있기에..
내가 없으면 아이들은 모두 버려질 것만 같았기에..
이 악물고 살았었다.
나의 숙명을 다하고 나면 그러면 나는 나의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걸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서 나는 여전히 고통스러운가?
정작 나의 삶은 어느 누구에게도 가치가 없는 삶인 건가?
나의 의문점들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내가 겪던 삶을 누구든 겪을 수 있기에 그들에게 답이 되고 싶었다.
나의 삶이 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답이 될 수 없다면 나의 마음이 가닿을 곳이 있지 않을까?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의 글이 가닿을 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0 평생 처음으로 펜을 들게 된 이유일 것이다.
무슨 글을 쓰게 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방향은 없지만 내보내다보면 길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나는 하루를 살아냈다.
오늘도 나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 하루를 이제는 행복으로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