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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ul 13. 2021

말괄량이

초록지붕 집에 사는 앤 셜리 커스버트에게 쓰는 편지


사랑스러운 앤에게.

안녕 앤. 네가 보고 싶은 맘에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 아마 넌 내가 누군지 모를 거야. 그렇지만 나는 너를 아주 잘 알고 있지. 네가 고아원에서 떠나 커스버트 남매 두 분이 사시는 초록지붕으로 갔을 때부터,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너를 지켜봐 왔어. 처음에 너를 보았을 땐 고집이 많고, 너무 공상적이라 대화가 잘 통하지 않을 거라 내가 착각을 했었어. 너의 넓은 세계를 좁은 시야를 가진 내가 알아채지 못한 거였지. 이 점은 스스로도 엄청난 반성을 기울이고 있어. 정말이야. 너에 대해 가졌던 편견은 너를 알아갈수록 점점 희미해져 사라졌어. 네가 그렇게 싫어하던 주근깨와 빨간 머리를 나는 사랑하게 되었지. 애초에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말이야. 해 질 녘 노을빛을 담은 머리색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너는 모를 거야. 너무나 눈부셔서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네가 모험을 하고, 성장을 하면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감격하기도 했고 네 행동에 나 역시도 많은 가르침을 얻었단다. 되려 자극받아 열심히 살기 위해 야심 차게 플래너에 해야 할 일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어. 너는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주었단다. 그 점에 대해선 매우 감사하고 있어. 이 얘기를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전하게 되어서 미안해. 그동안은 너를 지켜보는 걸로도 만족해서 너에게 편지를 쓸 생각을 못했어. 부끄럼 많은 나를 너가 이해해주렴.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특별하진 않지만 내 나름대로 큰 용기를 내었어. 대학 진학 후의 네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가득했지. 너는 그곳에서도 사고도 치고,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새로움에 대해 감격하고, 즐겁게 때론 슬프게, 그리고 다시 행복하게 살아가겠지. 그런 너에게 내가 해줄 말은 네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란 말밖에 해줄 수가 없어. 순간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네가 한 선택은 그 순간의 최고의 선택이었을 거야. 그러니 너를 더 믿고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렴. 앞으로의 나날이 눈부시길 빌게.


사랑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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