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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ul 15. 2021

우산

가방 속 한구석에 고이 모셔둔


며칠째 이어진 장마 소식과 갑작스런 비의 향연이 이어졌다. 어제까지는 분명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라 일컬었지만, 오늘 아침 확인했을 때에는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을 거라고 아침뉴스의 기상캐스터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7월 초부터 내 가방 속엔 언제나 3단 자동 우산이 들어있다.      


출근할 때 즈음엔 다행히도 비가 오지 않아 비교적 산뜻하게 나섰지만, 퇴근이 다가올 무렵에는 먹구름이 스멀스멀 다가오더니 우수수 쏟아지는 비를 맞을 수 있었다. 작은 우산의 장점이 휴대성이라면, 단점은 좁은 챙이다. 바람결에 따라 거세게 흩날리는 비를 머리 위의 작은 가림막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막을 순 없다. 덕분에 집에 도착했을 땐 축축하게 젖은 신발 앞코와 눅눅한 양말 냄새와 함께 올 수 있었다.   

  

중순이 된 지금, 비 소식은 자주 들려오지 않지만 언제 올지 모를 여우비와 소나기를 대비하여 아직도 가방에 우산을 넣고 다닌다. 노트북과 플래너, 책과 필통 등 원체도 무겁기에 우산 하나 더했다고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다만 요즘은 푹푹 찌는 듯한 무더위에 내가 있는 곳이 사실은 지구가 아니라 거대한 찜기였나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상황 덕에 점심 먹고 가볍게 즐기는 산책도 나가지 못하고 강제로 사무실 안에 감금되어있다.      

이른 오전에 해가 아직 동쪽 부근에 있을 때는 지면과의 경사각이 작아 덥다는 느낌을 많이 받진 않는다. 다만, 회사에 도착했을 때엔 이마와 목 뒤, 마스크 안쪽의 인중, 겨드랑이 등에서 액화 현상이 일어나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양산은 어르신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 눈둘데가 없이 화려하고 정신없는 꽃무늬와 의미모를 레이스 조합이 어린 나의 눈에 참으로 이상한 조합이다 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큰 차인없다. 다만, 양산의 사용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기도 했고, 남성들도 이용하는 비율이 늘었다. 출근길에 적어도 세 네명이 심플한 단색의, 또는 가벼운 디자인의 양산을 들고 길을 지나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무더위가 만든 영향일까. 머지않아 나의 우산도 양산으로 작동할 것이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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