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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ul 26. 2021

유리천장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가끔 들어본 적 있지 않은가. 유리창에 새들이 날아와 머리를 박고 추락하는 사건 사고들. 물리적으로는 벽이 존재하나 겉과 속을 투영하는 투명함은 동물들에겐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보이지 않으나 실제로 존재함은 교묘한 속임수와 다름없다. 정교하지도 않으면서 몰랐던 척, 발뺌할 수도 있고, 공권력을 가진 권위자는 모르는 척, 새로운 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벽은 항상 피해자만 억울하다. 내가 받는 차별이, 피해가 공공연히 드러나지 않아 의견을 피력하기도 애매하고, 증명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자연스레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늘어나갔다.


일상 속에서 받는 차별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한데 대표적으로는 인종과 성별이 있다. 흑인을 노예로 취급한 백인의 인종차별은 서구에서 대대적으로 내려온 역사의 한 줄기이다.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에서 시작된 차별은 마르지 않는 붉은 피의 대학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인식한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공통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중요한 공권력에서 한참 밀려나 있었고, 가족 일원 중 한 명 이상은 여성일 수밖에 없음에도, 사회의, 국가의 일에 대해서는 여성을 계속해서 배재해왔다. 그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못하고, 무지하다는 이유였는데 이에 대한 논리적인 자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백인 여성의 참정권이 흑인 남성권보다 늦게 인정받았다는 사실과, 현재에도 많이 이루어지는 폭력, 살인의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보면 아직까지도 우리는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분명 사회화를 시작하고, 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차별은 나쁜 것이라 배우며 자랐는데, 왜 어른이 되면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인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는 일인지 참으로 알 길이 없다. 편견 속에 사로잡힌 차별을 깨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지만, 알면서도 외면하는 이들에 처참히 무너질 때가 많다. 신문의 사회면을 보면 힘 있는 자의 이야기는 너나 나나 모두가 떠들어대고, 전한다. 그 사람이 단지 어느 대학 교수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수도권 내에 유명한 모 대학의 의대생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만으로. 이런 어중이떠중이 같은 별 시답지 않은 사건들은 손쉽게 포탈 메인을 장식한다. 반면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의 식사와 생활, 기업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목숨을 잃은 젊은이의 사고는 어느 곳도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 사회는 점차 나아갈 줄 알았으면서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의해 우리는 점점 퇴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 점점 느낌표로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강한 자의 말이라면 그 내용이 무엇이더라도 이행하고, 약한 자의 것을 약탈하고 짓밟는다. 어느 사회가 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행하냐고 묻는다면 그 사회가 바로 지금이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에, 그리고 그 대답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통곡스럽다.


감수성이 사라지고,  인터넷 정보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 자신의 무지에 대한 당당함과 뻔뻔함과 같은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입을 다물게 된다. 이타적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이기적인 사람의 수가 너무나 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기관이 어떤 방침을 펼치더라도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까지 와버렸다. 어리석은 믿음과 잘못된 지식을 어깨에 가득 올리고선 활개 치는 모습이 참으로 통탄하다. 이 나라의, 아니 지구촌의 앞날이 참으로 우려되며 현 나날도 이러한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생각되니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2020년이 지난 지금 즈음에는 차별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되리라고 생각했건만, 우리가 꿈꿨던 그 나날이 과연 오기는 할 것일까라는 생각부터 먼저 나온다. 그래도 조금씩 나부터라도 노력해봐야지. 작디작은 악의를 보고서 넘어가지 말아야지. 선한 사람이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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