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위 버튼을 검지 손가락으로 애써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눌렀다. 찰-칵하고 울리는 셔터음이 소곤대는 소리보단 크게, 말소리에는 묻혀 퍼졌다. 렌즈에 담긴 풍경은 그 순간의 모습으로 멈췄다. 새끼 고양이를 닮은 구름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무들은 꽃을 틔우지 못하고, 잎의 색도 익히지 못한 채 영원히 푸를 것이다. 쾌청한 푸른 하늘과 태양은 그 순간에 멈추어, 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시간은 영영 흐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른으로 자라지 못할 것이다. 순간의 공간은 사라지고, 시간은 시각으로 멈춰 끝을 맞이했다.
그렇게 사라진 사람들과 공간들은 이제까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지구인들은 우리의 기기를 본떠 시공간의 모습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만들어냈지만, 본디 이 물건의 용도는 그렇게 가볍지 않다.
이것은 우리가 우주를 청소하는 방법. 계속 팽창하는 우주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이유. 존재의 안정과 모든 생명체를 위한 일. 그리고 사명을 받아 유지해 온 이들. 어떻게 생긴 지도, 누가 사명을 주었는지, 받았는지도 모른 채 어느 시점부터 시작된 존재. 이름도, 형태도 알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