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서 Jul 13. 2021

민수는 혼란스럽다

민수씨 왜그래, 무슨일 있어?



요며칠 대학가의 카페 사장인 은주씨는 매우 근심이 많다. 

그 이유는 착실히 일을 잘 하던 대학생 민수의 잔실수가 는 것이다. 대학교 3학년이면 취업반에 걱정이 많을 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크고 작은 사고들이 너무 많다. 줄곧 멍을 때리며 손님이 온 줄 모르고 있다거나, 아포카토의 아이스크림을 다 녹여버리거나, 수박 주스에 들어갈 수박을 껍질 채 갈아버린다거나, 샷 없이 맹물을 손님께 아메리카노라고 드린다거나... 원래 일을 잘하던 친구라 믿고 가게를 맡기고 볼 일을 보고 오기도 했는데 요즘은 꼼짝 없이 가게에 상주해서 뒷처리를 책임지는 중이다. 민수는 은주씨의 가게게 19살 수능을 보고난 후의 겨울부터 일하기 시작했다. 집에서 한 시간이나 걸리는 대학 근처의 카페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이유는 그저 설렘 하나뿐이었다. 스무살도 채 되지 않아 마냥 설레하는 그 아이가 귀여웠고, 내 지난 시절을 떠올리게 했던게 큰 이유였다. 



그런데  지금은 귀엽긴 커녕 막연히 걱정스럽다.  근심이 는 민수의 얼굴만큼이나 은주씨의 얼굴에도 근심이 가득하다. 은주씨는 민수에게 휴식이나 일을 그만두는 걸 권유해볼까 싶다가도, 지금까지 봐 온 정이 있으니 자르는 건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무슨 일 있냐고 사장이 물어보면 너무 오지랖이 아닐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십대가 된 이후로 은주씨는 자신이 혹시 꼰대가 아닐까 매우 행동에 조심스럽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지켜보기로 선택했다. 더 큰 실수면 뭐라고 하고 자르겠지만, 아직은 내 선에서 정리가 가능하니...



그러고보니 개강한 지 얼마되지 않아 근심이 많을 것 같긴 했다. 내 대학 생활은 어땠더라. 문뜩 생각에 잠겨 본인의 대학생활을 돌이켜볼려다가 귀를 울리는 문에 달린 벨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어머, 저 손님은 4시에 자주 와서 항상 바닐라라떼를 사가는 손님이다. 지난달까지는 내가 운동을 다녀 자리를 비운 탓에 한동안 보지 못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손님이었다. 자주 와서 민수랑 가벼운 대화도 나누고, 친해보였던 것 같은데 말이다. 카운터로 향하는 손님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아까까지는 괜찮아보였던 민수의 표정이 다시 안좋아졌다. 무슨 일이지, 당황해하는 민수의 얼굴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향하려 했는데, 본인 얘기를 몇마디 하더니, 흑발의 회색 브릿지를 가진 긴 머리를 휘날리며 가게 밖으로 나가는 손님을 따라 달려나간 민수때문에 쾅! 하고 울린 문소리에 놀라 자리에 주저 앉았다. 뭐지? 가게 운영을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민수는 알바시간 2시간을 남겨 놓고 나가선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은 다행히 은주씨가 가게에 있어서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은주씨는 그것보단 나간 두 사람의 사이에 대해 생각하며 몇 없는 손님이 있는 카페의 카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였을까 혼자 막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은주씨는 피식 웃기도 했고, 미간에 주름이 깊어지기도 했다. 날이 어둑해지고 홀로 마감을 한 뒤, 가게 문을 잠그고 집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민수에게 문자 한 통이 와있었다. 오늘 갑자기 나가서 죄송하다며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민수의 글은 땀을 뻘뻘흘리며 경직된 민수의 말투 그대로 들리는 짧은 글이었다. 은주씨는 걱정말고 일주일 간의 휴식을 보내라는 답장을 민수에게 보냈다. 자신이 보낸 문자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는 다시 발걸음을 떼었다. 난 좋은 사장인 것 같지? 물론 입밖으로 꺼내어 말을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근래에 민수가 혼란스러워 했던 이유는 그 손님일 것이다. 매번 같은 시간에 오는 그 손님은 꾸미는 걸 좋아하는 여느 20대들과 다른 수수하고 꾸밈없는 민수에게 매력적이다 말했다. 목선에 닿는 짧은 머리칼에 귀엽다고 했으며, 우물쭈물하다 앙 다문 입술에 있는 점이 매혹적이라 했다. 양 귀에 다양한 피어싱을 꽉차게 하고선 매번 머리색이 달라지는 손님과 민수는 정말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자본주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