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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ul 13. 2021

자본주의

역사수업 레포트를 위해


 자본주의, 생산 수단을 자본으로서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위해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 경제 체계이다.     


 역사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어나간 원은 매우 지루한 얼굴이었다. 이번 역사 시간엔 과거의 경제 체계에 대해 조사해서 레포트 제출을 숙제로 받아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었다. 자본주의 세대는 원에게 고리타분한 옛 역사의 한 갈래였을 뿐이다. 원은 문학과 역사는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며, 답이 딱 떨어지는 수학과 과학에 흥미가 더 높았다. 그런 원이 이번에 역사 수업을 듣게 된 것은 순전히 그의 늦잠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체 단순한 원이였기에 원치 않는 과목을 듣게 되었다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진 않았다. 매주 레포트 과제가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원의 역사 선생은 좋게 얘기하자면 철저했고, 꼼꼼했으며, 공정했다. 그러나 나쁘게 말하자면, 고지식했고, 융통성이 없었다. 선생은 수업 첫날에 나누어 준 만년필과 노트를 사용하라 얘기했으며, 매번 두 장 이상의 수기 보고서를 제출하라 알렸다. 원이 태어나고나서는 종이를 거의 접해 본 적이 없었다. 가끔 박물관에 갔을 때 21세기까지 사람들이 종이에 잉크를 이용하여 기록하였다는 것을 보기만 했지. 만년필과 종이를 직접 가진 것은 처음이었다. 새로움에 흥미를 가진 것도 잠시였고, 그 뒤 이어진 선생의 말에 속으로 경악을 뱉고 수업이 끝나자, 바로 담당부서로 가서 다른 수업으로의 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나 원의 마음과는 달리 그 변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업이 시작한 지 약 두 달하고 삼 주가 지난 지금의 원은 자본주의에 대한 보고서 작성을 위한 인터뷰를 위해 영양제 한 박스를 든 로봇, 포리와 함께 친구 한의 증조할머니댁으로 가는 길이었다. 포리는 세계 최고의 로봇 회사인 ‘폴라’에서 3번째로 출시한 모델이다. 지금은 17번째의 모델까지 나왔지만, 원은 삼년 전에 중고거래로 나온 폴라.v3를 구매해 고장 난 부품을 새롭게 추가하고 개조해 ‘포리’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었다.      

 원의 친구 한은 지난 해 수학 수업을 같이 들은 친구인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이 비슷하고, 공모전에 같이 참여하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인류의 수명이 너무나도 길어져, 보통 210살이 되면 인생의 회의와 지루함을 느껴 대게 시스템의 산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곤 하는데, 한의 증조할머니는 317살로 공동 커뮤니티에 들어가지 않고 개인적 주거 형태를 가지고 있는 소수이며, 아직 까지 살아 있는 몇 안되는 전쟁 전을 겪고, 자본주의의 몰락을 경험한 사람이다.     

 

 지금 생각하면 옛 사람들은 어째서 자본주의를 택하여 살았는지 원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본의 분배는 공정하지 않으며, 사람들 간의 격차를 늘리고, 신분제도의 철폐한 주제에 교묘하게 신분의 계급을 만들어냈다. 소수의 사람들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지휘했으며, 다수의 사람들이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바라보는 그 기이함을 바로 알 수 있음에도 옛날 사람들은 멍청한 선택을 했는지 정말 의문이었다. 이 간단한 사실을 어째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것일까. 생각에 꼬리를 물다보니 한의 증조할머니 댁에 도착했다. 문 앞에서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 옆에 있는 초인종에 오른 손 엄지의 지문을 대었다. 


15 : 00에 방문하기로 예정된 ‘영 원’이 도착했습니다.     


투명한 창의 글씨가 30초가 지났을 무렵 푸른 빛을 띠고,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옯겨 내부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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