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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Sep 29. 2021

왜 세상은 언제나 맘처럼 되지않는 걸까


나에게는 꽤 길었던 추석 연휴가 지나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나는 전보다 다를 것을 다짐했다. 어정쩡한 오전에 일어나지 말고, 확실한 아침에 일어나 무언가를 하자라고, 지난여름 돈의 노예가 되어 강제적으로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터라, 내 몸은 어느샌가 그 생활에 적응한 후였다. 밤 열시만 되면 졸음이 쏟아지는 이 상황은 내가 그동안 바라 왔던 것이었다. 지금이다! 이제는 미라클 모닝을 할 수 있겠다고 말이다.


연휴가 끝난 이틀의 평일은 순조로웠다.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만 후딱 하고, 옷을 챙겨 입어 바로 헬스장으로 향했다. 사람이 많아 운동기구에 자리가 비길 힐끔거리던 저녁 6시와는 달리 신문을 보며 자전거 페달을 굴리시는 어르신과, 트레이드 밀 위에서 이어폰을 꼽고 아침 방송을 보시는 아주머니, 평소에 보기 어려운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원래라면 내 세상은 아직 시작되기 전일 텐데, 이 시간에도 움직이는 부지런한 사람은 꽤 많았다. 고개는 돌리지 않은 채 눈동자를 굴리며, 나도 자극을 받아, 무게를 올렸다. 아, 다짐과 달리 너무 무거워서 세 개 하고 다시 원래 무게로 돌려놨다. 아직은 좀 무리인 듯하다.


 


저녁 시간에 졸리기 시작했더라도 그게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단 얘긴 아니다. 왜냐 나는 원체 잠이 많은 탓에, 늦잠, 낮잠 자기 일쑤이긴 사람이다. 또 어떤 날은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에, TV 프로그램에 이목을 빼앗겨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뒤늦게 처리하기 바쁘기도 하고, 너무 시간이 늦어 덮어놓고 내일 하자며 오락을 더 즐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나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챌린저스] 앱에서 아침 기상 미션에 가입했다. 일정 시간에 일어나 기상 인증을 하도록 된 어플인데, 돈을 걸고, 목표를 충족하면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기에 일어나도 다시 잠들 수 없도록, 무조건 일어나도록 만들었다.


아 그런데 내가 잠도 많은데 미루기 좋아하는 게으름뱅이인 걸 말을 못 했다. 첫 기상 미션은 어렵지 않게 시작했는데, 작심삼일에 내가 딱 맞아떨어졌다. 나는 처음이라 7시 기상미션을 하는 중인데, 6시 50분에 울린 알람에 깬 나는 7시 9분까지 인증 가능한 것을 믿고, 잠깐 눈을 붙였다. 아- 이불속에선 평소보다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걸 잠시 잊었다. (사실 잠시가 아니라, 이불속에선 항상 시간 감각이 둔해진다.) 나는 항상 이것으로 많은 낭패를 보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랬다. 이 버릇은 도대체 언제쯤 고쳐질는지. 그래도 나는 원금 회수를 하기 위해 다음 주까지는 기필코 일어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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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간에 맞춰 딱 일어났고, 바로 준비 후 운동을 다녀왔다. 아침도 먹고, 샤워도 마쳤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10시 강의가 시작되고, 시간이 좀 지났을까. 턱을 괸 채로 무거워지는 고개가, 중력의 힘을 버티지 못한 눈꺼풀과 모니터 화면 속 빨간 펜으로 격한 강조 표현을 하고 교수님까지 환상은 무슨 환장의 조합이었다. 아- 나는 이런 모습을 꿈꾼 게 아닌데. 체력을 늘리기 위해 운동도 하고, 제 할 일도 척척 해내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하나를 해내면, 꼭 다른 걸 망치는 나다. 결국 강의를 다시 들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시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철저한 계획은 내겐 허용되지 않나 보다. 마침 비도 와서 덩달아 속상했다. 거세게 쏟아지는 비가 내 마음을 대신해서 울진 않았지만, 맘 속엔 천둥번개가 치고 난리가 났었다.


나의 이상을 가까워지려면 얼마나의 시간이 걸리는 걸까라고 생각해본다. 바로 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엉망인 나를 정말 견디기 쉽지 않다. 꿈은 원대한데 나는 너무나 초라하다. 나의 단점을 내가 속속히 알아서 그럴까. 입술을 질끈 물고 입꼬리는 한껏 비틀게 된다. 하루에도 요동치는 기분에 씁쓸해진다. 부디 오늘 오후엔 좋은 일이 있었으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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