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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Oct 23. 2021

이상향

이상과 현실 사이



하늘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의 색도, 구름의 양과 채도에 따라 

변하는 선명함도, 쾌청한 푸르름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하다. 높고 광활한 하늘은 아무리 닿으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곳이기에, 그래서 더 멋져 보였다. 어쩌면 존경의 대상이었다. 나는 그렇게 유유히 유영하듯 떠다니지도 못하고, 강렬한 열과 빛을 내지도 못하며, 크고 넓은 마음을 가지지도 못하여,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작디작은 내 모습에 우울해지기도, 초라해지기도 일쑤였다. 


왜 나는 하늘을 올려다봐서, 이렇게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끼는 건지. 땅만 보고 걸었더라면, 앞만 보고 달렸더라면 이런 기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터인데. 보고 배운 것은 많아서 제 기준보다 한껏 높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자신을 볼 때면 되려 넌더리가 날 지경이었다. 그럴 땐 자책과 혐오를 일삼았다. 그런 반복은 점차 속도를 내며 자신을 빠르게 좀먹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그중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자신을 볼 땐 세상에서 제일 싫었다. 굳이 하늘을 보지 않아도, 주위 사람들만 봐도 제 일을 척척 해내며 스스로의 길을 가는데, 나 혼자만 멈춰있는 것 같다. 무중력에 갇혀서 손으로 중력을 가르고 헤엄쳐보려도 제 자리일 뿐이다. 내 손짓, 발짓은 그저 무용지물이며, 나는 이곳에 홀로 캄캄한 어둠이 되어갈 뿐이다. 


내가 하늘을 바라컨데 열권을 넘어 우주 밖으로 나가기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건 제 상상에도 존재하지 않던 일이었다. 어떻게 감히 제가 우주를 유영할 수 있겠는가. 제겐 우주를 여행할 우주선도 없었으며, 내 한 몸을 지킬 우주복을 구할 여력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내게 허락됨은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유영하는 우주가 아닌. 무중력에 갇힌 우주일 뿐이었는가. 


만약에, 아주 만약에 내가 하늘에 닿더라도 내게 허락된 곳은 대기가 불안정한 대류권밖에 없지 않을까. 과밀 집한 수증기로 언제 터질지 모를 기상현상이 막 일어나는. 마치 온전한 곳 하나 없는 나처럼. 그럼에도 나는 그래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멀리서 바라보는 안정한 하늘 일지어도 너와 똑같다고. 너도 누군가의 하늘일 것이라고.



나는 아직도 소망한다. 저 광활한 하늘에 유한하지 않은 저곳에 내 발자국 한 번 찍어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던 그 하늘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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