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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서 Jan 14. 2022

새벽

동이 트기 전의 어둑함


나는 동이 트기 직전의 어슴푸레한 하늘을 동경한다. 다른 이들보다 하룰 일찍 시작한 사람들의 부지런함을, 느지막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인지, 아직도 어제가 연장된 이인지 모르지만 저 힘없이 휘청이는 발걸음도.


불쾌한 자동차의 배기가스마저 상쾌하게 느껴진다. 심장을 관통해 뚫고 나가는 추위의 서늘함과 습기마저도.


버스에 몸을 실은 이들의 분주함 없는 어딘가 지친 기색과 공존하는 여유로움이 묘하다.


상반되는 두 단어를 붙여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다정한 공존을 볼 수 있는 시각이 바로 새벽이다.


눈을 감고서 코를 스쳐 지나가는 공기의 향을 맡고서 나는 새벽과 아님을 구분할 수 있다.


고요 후에 다가오는 각각의 소음들이 내겐 마치 앙상블처럼 들려온다. 제각기 움직이며 그들은 내가 그들에게 집중해야만 들려오는 하모니를 일궈낸다.


내가 새벽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 하나의 배제도 없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대하는 담담함과 동트기 직전의 기이함이 주는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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