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와 습도에 맞춘 제습·냉방 모드 선택 요령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창밖에선 뜨거운 바람이 올라왔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목덜미를 타고 흘렀다.
결국 리모컨을 집어 들었지만
머릿속 한편에는 전기세 계산서가 떠올랐다.
며칠 전 받은 고지서가
생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여름이면 피할 수 없는 이 고민,
결국 답은 ‘어떻게 쓰느냐’였다.
에어컨 전기 요금은
기계 성능보다 사용 습관에 더 크게 좌우된다.
어떤 모델을 쓰는지보다
켜고 끄는 패턴과 관리 상태가
요금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먼저,
집에 있는 에어컨이 정속형인지
인버터형인지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정속형은 켜는 순간부터
실외기가 일정한 속도로 돌아간다.
시원해졌다 꺼도,
다시 켜면 같은 출력으로 구동돼
전력을 많이 먹는다.
반면 인버터형은
목표 온도에 도달하면 실외기 회전 속도를 줄인다.
장시간 켜두는 환경이라면
인버터형이 훨씬 유리하다.
인버터형을 쓴다면
‘필요할 때만 켜고 곧바로 끄는’ 방식은
오히려 손해다.
짧게 외출할 땐 끄지 말고
절전 모드나 온도를 조금 높여 두는 편이 낫다.
재가동 시 실외기가
다시 최대 출력으로 올라가며
전기를 더 먹기 때문이다.
필터 관리도
전기 절약에 직결된다.
필터가 먼지로 막히면
바람이 원활하게 흐르지 않아
실외기가 고출력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
사용량이 많을 땐 사흘에 한 번,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청소가 필요하다.
물로 씻은 뒤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 끼워야
곰팡이 냄새가 퍼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실외기는 더 잊기 쉽다.
하지만 전기 소모의 대부분이
여기서 일어난다.
벽이나 물건에 가려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냉방 효율이 떨어지고 전력 소모는 커진다.
주변 50cm 이상은 비워 두고,
바닥의 열기를 막기 위해
고무 매트나 나무판을 받치는 것도 방법이다.
먼지는 마른 천이나
부드러운 솔로 가볍게 닦아낸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함께 쓰면
냉기가 훨씬 빨리 퍼진다.
바람 방향을 위로 향하게 하고,
선풍기도 같은 방향으로 돌리면
공기가 벽을 타고 순환한다.
바닥만 시원하고
윗부분은 더운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잘 때는 선풍기를 사람 쪽이 아니라
벽이나 천장 쪽으로 향하게 하면
간접 바람이 편안하다.
마지막으로,
날씨에 따라 제습과 냉방을 구분해야 한다.
습도가 80% 이상인 장마철엔
제습 모드가 실외기를 강하게 돌려
냉방보다 전기를 더 먹을 수 있다.
반대로 습도가 60% 이하인 건조한 날엔
제습이 에너지 효율이 높다.
무조건 제습이 절약이라고 믿는 건
잘못이다.
창문 너머 가로등 불빛이
아스팔트 위로 번져 있었다.
한여름 밤은 길고,
에어컨은 계속 돌아간다.
그러나 켜는 시간, 온도,
관리 상태만 조금 바꿔도
전기세는 확실히 달라진다.
여름을 버티는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