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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풀처럼 생겼지만 건강엔 최고인 '한국 나물'

잎, 뿌리 모두 약이 되는 방풍나물의 쓰임

by 헬스코어데일리

아침 장보러 시장을 돌다 보면, 한쪽에 수수하게 놓인 풀 한 묶음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색도, 특이한 모양도 없지만, 가까이 가면 은근한 향이 난다. 어릴 적 시골 외할머니 집 마당에서도 봤던 풀이다. 그때는 이름도 몰랐는데, 지금은 알겠다. 방풍나물.


겉모습만 보면 그냥 나물 같지만, 이름에는 사연이 있다. 예부터 ‘중풍을 막는다’ 해서 방풍이라 불렸다고 한다. 예전 사람들은 약초처럼 달여 먹거나, 봄철 어린순을 데쳐서 밥상에 올렸다.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마트나 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봄에는 특히 연하고 향긋해, 데쳐 무치면 입맛 없는 날에도 밥 한 공기 뚝딱이다.

12312313.jpg 방풍나물을 들고 있는 모습. / 헬스코어데일리

방풍나물은 잎이 세 번 갈라진 깃 모양이라 금세 구별된다. 줄기는 여럿으로 갈라져 키가 1미터쯤 자라고, 꽃은 싹이 튼 지 3년쯤 지나야 핀다. 하지만 꽃보다 잎이 더 쓰임새가 많다. 나물로 무쳐도 좋고, 국에 넣어도 좋다. 살짝 쌉싸름한 맛 덕분에 오래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좋은 방풍나물은 잎이 싱싱하고 색이 연한 녹색을 띠며 향이 진하다. 시든 잎이나 줄기가 지나치게 긴 것은 피한다. 사 와서는 흐르는 물에 씻어 질긴 줄기를 떼어낸다. 바로 무쳐 먹어도 되고, 살짝 데쳐서 냉동 보관해도 된다. 말려 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고, 가루로 빻아 반죽에 섞으면 빵이나 전에도 어울린다. 설탕에 절여 효소액을 만들면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생잎을 오래 두려면 냉장 보관이 기본이다. 물에 적신 키친타월로 감싸 비닐 팩에 넣어 밀봉하면 된다. 비닐 속에 살짝 숨을 불어 넣으면 싱싱함이 더 오래 간다.


방풍나물은 소박하지만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 비타민 C,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은 몸의 면역력을 높여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감기나 잔병치레를 줄여준다. 체내 염증을 완화해 관절이나 피부 질환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혈액 순환을 도와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도 돕는다. 장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고, 위 점막을 보호해 속 쓰림을 줄여준다. 간 해독에도 좋아 술을 자주 마시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에게 적당하다. 꾸준히 먹으면 피부 톤이 맑아지고, 노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칼로리가 낮아 체중 관리에도 부담이 없다. 칼슘과 마그네슘이 있어 뼈 건강에 도움이 되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바쁜 하루에 받는 스트레스나 피로를 조금 덜어주는 셈이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데쳐서 참기름, 간장, 마늘, 깨소금을 넣고 무치면 담백하고 고소하다. 된장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은은한 향이 국물에 배어 깊은 맛이 난다. 고기와 함께 볶아도 잘 어울린다.


말린 잎이나 뿌리를 차로 끓여 마시면 위장을 편하게 하고, 몸이 무겁거나 속이 더부룩할 때 도움이 된다. 집에서 자주 해 먹다 보면, 이 평범한 풀 한 줌이 밥상에서 얼마나 든든한 친구가 되는지 알게 된다.


어릴 땐 그저 밭 귀퉁이에 피어 있는 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장바구니에 슬쩍 담게 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피곤이 몰려올 때마다, 방풍나물 한 접시는 내 몸을 챙기는 조용한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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