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먹는 음식들의 오해와 진실
설탕과 고기, 유제품, 콩까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들이 ‘암을 부르는 주범’으로 몰렸다. 정보는 넘치지만,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과장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여러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뒤섞이면서 불안이 커졌지만, 과학적인 근거를 살펴보면 오해가 적지 않다.
영상 콘텐츠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암에 좋은 음식’, ‘암세포가 싫어하는 식단’ 같은 문구가 쏟아진다. 그러나 실제 연구 결과와 비교하면, 상당수의 내용이 과장되거나 방향이 어긋나 있다.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암세포는 설탕을 먹고 자란다”는 주장이다. 과학적으로 암세포가 포도당을 많이 사용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설탕을 끊는다고 암세포가 굶어 죽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는 당이 부족하면 지방이나 단백질 등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한다.
설탕 자체가 암을 직접 일으킨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정제당 섭취가 늘면 체중이 증가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며, 염증 반응이 촉진된다는 점은 명확히 알려져 있다. 이런 조건이 오래 지속되면 세포의 대사 균형이 깨지고, 여러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진다.
문제는 ‘숨겨진 당’이다. 과일맛 음료, 에너지드링크, 빵, 과자처럼 달지 않아도 당이 포함된 제품들이 많다. 편의점에서 음료 세트를 선물하거나, 단 음료를 자주 찾는 습관만으로도 당 섭취량이 크게 늘어난다. 설탕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지만, 섭취량을 줄이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유·치즈·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은 전립선암과 대장암 연구에서 서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유제품 섭취가 전립선암 위험을 조금 높인다고 보고했지만, 다른 연구에서는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는 결과도 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요인은 칼슘이다. 유제품 속 칼슘은 대장 점막의 세포 증식을 억제해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반면 칼슘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특정 부위의 호르몬 균형이 흔들려 다른 기관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두부나 브로콜리처럼 칼슘이 함유된 식물성 식품도 있지만, 흡수율이 일정하지 않다. 유제품을 완전히 끊기보다, 하루 한 잔 정도로 조절하며 식단을 구성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2015년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고기=담배’라는 인식이 빠르게 퍼졌다. 그러나 이는 가공육(햄·소시지·베이컨 등)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일반적인 붉은 고기, 즉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2A군에 속한다. ‘발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일 뿐, 담배처럼 확정된 발암물질로 분류되지 않는다.
고기를 아예 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단백질, 철분, 비타민B군 같은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는 주요 식재료다. 다만, 조리 과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고기를 심하게 태우면 HCA, PAH 같은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물질은 고기를 숯처럼 검게 태운 뒤, 대량 섭취하는 비현실적인 실험 조건에서 주로 발견됐다.
콩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인 파이토에스트로겐이 들어 있다. 이름 때문에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할 거라는 오해가 많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파이토에스트로겐은 진짜 호르몬 자리를 대신 차지해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호르몬 관련 질환이나 특정 암 병력이 있는 경우는 예외다. 주치의 상담을 거쳐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콩을 꾸준히 먹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전자레인지를 쓰면 전자파 때문에 암이 생긴다는 말은 오래된 오해다.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비전리 방사선으로, DNA를 손상시키거나 돌연변이를 일으킬 만큼 강하지 않다. 밥이나 국을 데우는 데 충분한 수준이지만, 몸의 세포를 공격하지는 않는다.
실제 위험은 다른 곳에 있다. 재질이 불분명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때다. 플라스틱이 과열되면, 유해 물질이 음식에 스며들 가능성이 있다. 반드시 전자레인지용으로 표시된 용기를 사용해야 하며, 사용 후 변형된 용기는 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전자레인지 조리는 불에 직접 굽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HCA, PAH 같은 발암물질이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태움이 없어 조리 안정성이 높다. 결국 위험은 기계가 아니라 사용 습관에 달려 있다.
일상에서 접하는 음식 중 ‘암을 유발한다’는 경고는 대부분 맥락이 빠진 정보에서 시작된다. 설탕, 고기, 유제품, 콩, 전자레인지 등은 모두 적당히 활용하면 오히려 균형 잡힌 식습관의 일부가 된다.
정제당과 가공육의 과다 섭취는 피하고, 식품의 원형을 유지한 자연식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기본이다. 중요한 건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다. 과장된 공포나 불확실한 주장에 휘둘리기보다, 실제 근거와 조리 습관을 함께 살피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