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의 소비기한을 꼭 지켜야 하는 이유
집이나 사무실을 정리하다 보면, 오래된 생수병이 눈에 띄곤 한다. 대부분 “뚜껑을 열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소비기한이 지난 생수가 정말 안전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은 잘 썩지 않지만, 담고 있는 용기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수의 소비기한은 물의 품질이 아니라 병의 안정성을 기준으로 설정된다. 페트병 생수의 권장 소비기한은 대체로 18개월에서 2년이다. 제조 후 시간이 지나면 병을 담고 있는 플라스틱이 조금씩 분해되면서, 그 미세한 입자가 물속에 섞일 가능성이 있다.
많은 사람이 물은 부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순수한 물은 미생물이 자라기 어려워 잘 상하지 않는다. 생수의 소비기한은 물의 변질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용기의 안전성을 고려한 기준이다. 생수를 담는 병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소재로 만들어진다.
이 소재는 가볍고 투명하며 내구성이 높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세한 분해가 진행된다. 병이 햇빛이나 고온에 노출될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고, 용기 내부로 미세한 입자나 냄새 분자가 스며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제조업체들은 보통 2년 이내를 안전한 소비기한으로 정한다.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보관한다면, 기한이 조금 지난 제품을 마셨다고 해서 바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다만, 병의 상태가 변했거나 장기간 직사광선 아래에 뒀을 경우에는 마시지 않는 편이 낫다.
생수의 품질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보관 환경이 중요하다. 직사광선이 드는 장소, 차량 내부, 보일러실 근처처럼 온도가 높고 공기가 정체된 공간은 피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플라스틱의 분해 속도가 빨라지고, 병 안으로 공기 중 입자가 스며들 수 있다.
실내 보관 시에는 햇빛이 닿지 않는 서늘한 장소가 좋다.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면, 외부 온도 변화가 적어 병의 변형을 막을 수 있다. 냉장 보관을 할 경우에도 문 안쪽처럼 온도 차가 큰 구역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화학물질이나 냄새가 강한 물질 근처에는 두지 않아야 한다. 플라스틱병은 통기성을 지닌 소재다. 세제, 향수, 페인트, 방향제 등에서 발생하는 냄새 입자가 병을 통해 스며들 수 있다.
개봉 여부도 중요하다. 뚜껑을 여는 순간, 병 안으로 공기가 들어가 세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으로 바뀐다. 입을 직접 대고 마셨다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진다. 개봉한 생수는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2~3일 안에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하루만 지나도 냄새나 미세한 변색이 생길 수 있다. 개봉 후 오랫동안 남은 생수는 음용보다는 청소나 세척용으로 사용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