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실온 방치한 피자 조각, 치즈 위에서 퍼진 세균 정체
피자 한 판을 다 먹지 못하고 식탁 위에 놓아둔 채 다음 날까지 그대로 둔 적이 있다면, 그 남은 조각을 먹어도 괜찮을지 고민했던 순간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특별히 상한 것 같지는 않아 보여도 왠지 찝찝했던 기억, 그 흔한 장면을 그대로 실험으로 옮긴 영상 하나가 지금 SNS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17일,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 중인 미생물학자 니컬러스 아이처가 피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영상을 소개했다. 실온에 둔 피자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눈으로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아이처는 평소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음식 속 세균 문제를 알기 쉽게 풀어내는 실험을 틱톡에 꾸준히 올려왔다.
그는 테이크아웃한 피자에서 두 조각을 골랐다. 하나는 갓 배달된 따끈한 상태에서, 다른 하나는 하루가 지나 실온에 방치된 상태로. 두 조각을 비교하기 위해 피자 표면을 면봉으로 문지른 후, 그 면봉을 배양 접시에 옮겼다.
결과는 한눈에 봐도 명확했다. 치즈 피자 조각에서는 하루가 지난 뒤, 표면에서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한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접시에 퍼진 세균 군락이 얼마나 컸는지를 본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먹기 싫어진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치즈는 수분과 기름이 골고루 퍼져 있어 세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실온에서 방치된 시간 동안 따뜻한 열기와 밀폐된 피자 박스 내부 환경은 세균 번식을 더 빠르게 만든다.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아이처가 실험에 사용한 또 다른 조각, 바로 페퍼로니 피자다. 많은 사람이 고기가 들어간 페퍼로니를 더 위험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하루 지난 페퍼로니 조각보다 갓 배달된 페퍼로니 쪽에서 세균이 더 많이 발견됐다.
실온에 방치된 고기 토핑에서 세균이 적었다는 결과는 상식과 어긋나 보였지만, 그 안에는 조건이 있었다. 페퍼로니는 소금에 절여 만들어지는 가공육이다. 높은 염분이 세균의 번식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페퍼로니는 수분이 적고 겉면이 말라 있기 때문에, 당장 놓인 환경에서는 치즈보다 세균이 활동하기 불편할 수 있다. 반대로 치즈는 수분이 많고 열을 오래 머금고 있어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훨씬 유리하다.
아이처는 이번 피자 실험 외에도 과거에 ‘5초의 법칙’을 실험한 영상으로도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음식을 바닥에 떨어뜨린 후 1초, 5초, 10초 동안 두고 다시 배양 접시에 옮겨봤다.
결과는 단 1초만 닿아도 박테리아가 바로 음식에 옮겨 붙는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길수록 당연히 더 많았고, 그는 이 결과를 보며 “사실 0초도 너무 길다”고 말한 바 있다.
일상 속에서 흔히 넘기는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실제로는 큰 착각일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번 피자 실험도 같은 맥락이다. 따뜻하다고, 갓 배달됐다고 안심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특히 기름기 많고 수분 높은 음식은 열과 밀폐 환경에서 세균에게는 더 좋은 번식 조건이 될 수 있다. 음식 겉만 보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피자를 한 조각이라도 실온에 뒀다면, 바로 먹지 말고 꼭 다시 데워서 먹는 게 안전하다. 다음 날 먹을 계획이 있다면 냉장 보관이 우선이다. 지금 피자 박스를 열고 있는 중이라면, 그 조각이 언제 꺼낸 건지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