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색 진해졌다면… 췌장암 신호일 수 있어
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땀 배출이 많아진다. 이때 체내 수분이 줄면서 소변 색이 짙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수분 부족이 아닌데도 소변이 콜라색처럼 바뀌고, 대변까지 이상한 색을 띠기 시작한다면 한 가지 병을 의심할 수 있다. 바로 ‘췌장암’이다. 대개 조용히 자라고, 발견 시점엔 이미 치료가 쉽지 않은 상태로 악명 높은 병이다.
췌장암은 증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별다른 통증이나 불편함 없이 시간이 흐르다가, 병이 꽤 진행된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5년 생존율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치료가 늦어지면 생존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진다. 암 가운데서도 특히 예후가 나쁜 쪽에 속한다.
지난 21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2년 췌장암 환자 수는 9780명이다. 2018년의 7611명 대비 5년간 28.5% 증가했다. 암 전체 중 발생률 8위에 해당한다. 갑상선암 같은 비교적 생존율이 높은 암들과 달리, 췌장암은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성과가 떨어지는 편이다.
췌장은 위 뒤쪽 깊숙한 곳에 자리한다. 주변에 위, 십이지장, 간, 담도 등 여러 장기가 둘러싸고 있어 이상이 생겨도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수술이 가능한 시점에 병원을 찾는 환자는 전체의 20%도 안 된다. 간혹 조기에 절제가 이뤄지더라도, 미세한 전이가 이미 시작돼 있는 경우가 많아 재발률이 75~80%에 달한다.
췌장암은 특정한 증상이 없어 놓치기 쉽지만,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잘 살피면 조기 발견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다. 우선 소변과 대변 색이 달라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췌장에 암이 생기면 담관을 눌러 담즙 흐름에 문제가 생긴다. 이 담즙 속의 빌리루빈이라는 색소가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소변 색이 콜라색, 또는 흑맥주색처럼 짙어지는 일이 생긴다.
반대로 대변은 창백해진다. 담즙이 소화에 섞이지 않으면서 변 색이 흰색에 가까워진다. 기름기가 많고 악취가 심하며, 변기 물을 내려도 잘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이와 함께 피부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거나, 온몸에 가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췌장암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갑자기 없던 당뇨가 생기거나, 원인 모르게 체중이 빠지는 일도 무시하면 안 된다. 복통, 메스꺼움, 구토 증상이 더해지면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것일 수 있다. 명치나 옆구리, 허리, 등 부위에 통증이 자주 생기는 것도 징후다.
췌장암 발병에는 유전이나 나이 같은 피할 수 없는 요소도 있지만, 일상에서 조절 가능한 위험 요소도 많다. 대표적으로 흡연과 비만이다. 매일 한 갑씩 10년간 담배를 피운 경우, 췌장암 고위험군에 포함된다. 음주, 특히 과음도 위험 요인이다.
제2형 당뇨병도 주의해야 한다. 이미 당뇨가 있는 상태에서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 암 발생 확률이 높다.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 중 췌장암 병력이 있다면, 평소보다 더 자주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유전성 췌장염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40세 이후에는 정기적인 복부 초음파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박준성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경기일보에 "췌장암은 진행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치료 시기가 조금만 늦어져도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며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정기 검진을 통해 최대한 조기 발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빠르게 자라고, 조용히 퍼진다. 증상이 시작된 뒤 병원에 가더라도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즉, 하루하루가 중요한 병이다. 평소와 다른 소변 색이나 변 색, 복통과 체중 변화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바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당뇨가 갑자기 시작됐거나, 예전과 달리 음식을 못 먹겠고 자꾸 구토 증상이 생긴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조기 진단이 어렵지만,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