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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켜기 전에 '이 행동'부터 하세요

작은 행동 하나로, 한여름 전기요금이 달라졌다

by 헬스코어데일리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거실 창으로 달려가 커튼을 열고 손바닥만 한 틈 사이로 바깥 기온을 확인하는 것이다. 오늘도 30도를 훌쩍 넘겼다는 걸, 유리창 너머 아지랑이 같은 열기와 늘어진 고양이의 혀에서 먼저 알게 된다. 그러고는 슬며시 커튼을 다시 닫는다.


햇살이 집 안 깊숙이 들어오지 않도록, 조용히 막는다. 그게 오늘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한 첫 번째 행동이라는 걸 나는 안다.


132312.jpg 에어컨 자료사진. / 헬스코어데일리

나는 요즘, 에어컨을 켜기 전에 몇 가지를 점검하는 습관이 생겼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리모컨을 눌렀다. 더우면 켜고, 시원하면 끄고. 하지만 전기요금이 올라간 뒤부터는 냉방을 켜는 순간이 마치 어떤 ‘계획’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리모컨을 누르기 전에, 나는 먼저 실외기 쪽 창문을 조금 연다.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해주면, 에어컨도 숨 쉬듯 가볍게 돌아간다. 그리고 서큘레이터의 방향을 천장 쪽으로 바꾼다. 시원한 공기가 위에서 퍼질 수 있게. 이런 사소한 움직임들이 집 안 전체를 조금 덜 더운 곳으로 만들어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에어컨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아는 것이다. 나는 뒤늦게야 알았다. 내 에어컨이 ‘인버터형’이라는 것을. 실외기에 적힌 작은 글씨 덕분이었다. 그것 하나로 전기요금을 절약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인버터형 에어컨은 희망 온도에 도달하면 출력을 낮춰 유지해준다. 그래서 외출 시간이 1시간을 넘지 않는다면 굳이 끌 필요가 없다. 다시 켤 때 더 많은 전기를 먹기 때문이다. 예전엔 무조건 외출할 땐 껐는데, 그게 오히려 손해였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면, 리모컨을 누르는 손끝이 달라진다. 무작정 23도로 낮추지 않고, 26도쯤에서 시작한다. 바람 세기도 강풍보다 약풍에 맞춰둔다. 처음엔 천천히 식어가는 느낌이 답답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여름을 견디는 데는 시원함보다, 예상 가능한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냉방이 빠르게 되지 않아 짜증이 날 뻔한 순간에, 서큘레이터를 켜고 잠시 기다려보았다. 바람은 천천히 돌았고, 공기는 흐르기 시작했다. 바닥에서 올라오던 무거운 열기가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온도계의 숫자는 느리게 줄었지만, 내 기분은 오히려 빨리 나아졌다.


그 후로 나는 에어컨과 서큘레이터를 꼭 함께 켠다.


한 번은 친구가 “제습 모드가 더 싸지 않아?”라고 물은 적이 있다. 예전의 나였다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답이 조금 달라졌다. “그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어.” 습도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제습이 전기를 더 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기능이 아니라 상황이 먼저라는 걸, 나는 여름을 지나며 배웠다.


요즘은 절전모드를 자주 쓴다. 이 모드는 상황을 봐가며 천천히, 필요할 때만 작동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여름을 나는 방법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무작정 시원하게 만들려 하지 않고, 약간 덜 덥게, 덜 답답하게. 숨통이 트일 만큼만.


어느 날 전기요금 고지서가 도착했다. 지난달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숫자에 혼자 조용히 웃었다. 아껴서 기쁘다기보다, 내가 여름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러고는 다시 거실로 가서 커튼을 살짝 걷고, 창문을 열고, 실외기를 향해 손바닥을 내민다. 아직도 바깥은 뜨겁다. 하지만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에어컨을 켜기 전, 나는 오늘도 조용히 준비한다. 이 계절을 지나가는 방법을, 아주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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